미국 연방준비제도가 9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매파적인 입장을 취하며 채권 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이 사들인 장기채ETF 수익률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21일(현지시간) 뉴욕채권시장에서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4.492%까지 올라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2일 한때 4.5%를 웃돌기도 했다. 30년물 금리는 4.552%로 2011년 이후 최고 수준에 달했다. 한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4.015%을 기록해 올해 첫 4%대 금리에 진입했다.
글로벌 국채 금리의 고공행진은 연준이 긴축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연준은 9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5.25~5.50%로 동결했지만, 점도표상 연말 최종금리 중간 값을 5.6%(5.5~5.75%)로 예측했다. 이는 올해 중 25bp의 금리 인상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국채 금리가 오르며 채권 시장에 뛰어든 투자자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금리 하락을 예상하고 장기채 ETF에 투자했지만 고금리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며 채권 가격이 하락하고 있어서다.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 ETF는 지난 6월 1일부터 이날까지 11.37% 하락했다. KODEX 미국채울트라30년선물(H) ETF의 수익률도 -11.74%를 기록 중이다. 이 기간 개인 투자자들은 두 ETF상품을 각각 1023억원, 98억원어치 사들였다.
한국 장기채 역시 수익률이 좋지 않았는데 같은 기간 KBSTAR KIS국고채30년 Enhanced ETF는 6.89%, ACE 국고채10년 ETF는 2.35% 하락했다.
증권가에서는 장기채 ETF가 상승하기까지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분석한다. 긴축의 장기화 흐름이 사실상 예견됐다는 이유에서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금리인하 시기가 내년 4분기까지 늦춰질 전망"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시카고선물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트레이더들은 연준이 11월에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68.6%로 전망했다. 아직까진 금리 동결에 힘이 실리고 있지만 고용 시장이 견조해 고금리를 길게 이어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20만1000건이라고 발표했는데, 이는 최근 8개월래 가장 적었다.
배럴당 90달러선까지 치솟은 고유가 역시 근원 물가(Core CPI) 상승을 자극하는 요인이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고유가 추세는 높은 기준금리를 길게 이어가려는 연준의 목표와 부합한다"고 전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4.7%까지 열어놓고 대응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밝혔다.
전효성 기자 z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