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독자위원회 8차 회의가 지난 21일 서울 중림동 한경 빌딩 17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독자위원들은 <산으로 가는 규제개혁> <이제는 인도다> 등 한경이 지난 7~9월 보도한 기획성 기사를 중심으로 다양한 평가를 내놨다. 특히 규제개혁과 관련해서 기사에서 다룬 규제가 완전히 철폐될 때까지 집요하게 추적 보도해달라는 주문이 나왔다. 박병원 한경 독자위원회 위원장(안민정책포럼 이사장) 주재로 열린 이날 회의에는 김도영(서강대 경제학부 교수)·김범섭(자비스앤빌런즈 대표)·김우경(SK이노베이션 부사장)·박종민(경희대 미디어학과 교수)·손주형(서강대 학생)·신관호(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오세천(LG전자 전무)·이인영(하나은행 소비자보호그룹장) 위원(가나다순)이 참석했다. 다양한 기획 시리즈 호평
위원들은 한경이 집중 보도한 기획성 기사에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산으로 가는 규제개혁> <이제는 인도다> <위기의 경제교육> <나랏돈이 샌다> <신자원전쟁> 등 기획 시리즈가 언급됐다. 이 위원은 <산으로 가는 규제개혁>과 관련해 “비교적 독자들이 가깝게 느끼는 생활밀착형 규제부터 시작해 예대율 규제로 마무리한 것이 독자의 이해도를 고려한 것으로 보여 좋았다”며 “우리나라의 규제가 다른 나라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잘 분석했다”고 말했다.
<이제는 인도다> 시리즈는 인도 경제와 사회를 다각도로 조명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우경 위원은 “보통 시리즈 기사는 경제부나 산업부에서 맡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는 정치부 등 여러 부서에서 기자들이 참여해 기사를 풍성하게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오 위원도 “특정 팀에서만 바라볼 수 있는 정보를 다양한 팀을 융합해 제공했을 때 독자들이 많은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공감대 형성된 주제 다뤄볼 만<위기의 경제교육> 시리즈도 호평받았다. 이 위원은 “우리나라가 세계 10대 경제강국인데도 경제교육이 실종된 실태를 상세하게 분석한 게 의미 있었다”며 “경제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다 보니 고령층뿐 아니라 청년층도 무리하게 투자하거나 금융사기를 많이 당한다는 것을 은행에서 일하면서 느꼈는데 이런 점을 언급한 게 좋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제신문의 정체성을 잘 살려 열악한 경제교육을 어떻게 개선하면 좋은지 풀어나갔으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우경 위원은 “빚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단순히 적금이 중요하다는 이유로 적금을 붓는 경우도 봤다”며 “재테크가 평생을 좌우하는 만큼 제대로 된 경제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달 9일자 A1·3면에 실린 <“제주는 뭐든 비싸”…관광객 ‘썰물’> 기사도 좋은 사례로 거론됐다. 오 위원은 “제주도가 태국 등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보다 여행비가 더 든다는 공감대가 깔려 있는 상황에서 기사로 짚어줬다”며 “수면 위로 올라오진 않았지만 공감대가 형성된 주제를 다룬다면 한경만의 차별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규제개혁은 끝장 봐야”규제 시리즈는 더 집요하게 써달라는 주문이 나왔다. 규제를 해소할 법률안이 국회에 발의된 채 방치되지 않도록 끝까지 문제 제기를 해달라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전통주를 제조하는 데 인근에서 생산된 재료로만 만들어야 한다는 등 기상천외한 규제가 있다는 점을 다뤄준 게 의미 있었다”며 “개선 상황을 반드시 팔로업해 규제가 여전히 고쳐지지 않았으면 지적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오 위원은 “규제 개혁 관련 법률 중에 국회에 계류된 게 정말 많다”며 “국회에 발의된 이후 통과되기까지 하세월인데 대표적인 규제는 끝까지 추적 보도해 통과를 재촉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범섭 위원도 “규제 개혁 내용을 끝까지 팔로업해 개선 성공 사례를 만들어낸다면 해당 이슈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깊이 있는 보도 주문손 위원은 “최근 기획 중 신자원전쟁을 재밌게 읽었다”면서도 “반도체 소재의 국산화에 실패했다는 취지로 보도했는데, 이유가 무엇이고 국산화 성공 가능성이 있는 회사는 어디인지 집중적으로 파헤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우경 위원은 “배터리 분야는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자원 개발이 더디기 때문에 광물별로 개발 상황을 구체적으로 짚어주면 좋겠다”고 했다.
신 위원은 <나랏돈이 샌다> 시리즈와 관련해 “낭비되는 연구개발(R&D) 예산 문제를 지적했는데 요즘처럼 한국 경제가 발전한 상태에선 과거와 같은 형태로 지원이 이뤄지는 게 맞지 않을 수도 있다”며 “더 근본적으로 파고들어 정부가 지원해야 하는 영역과 아닌 것이 잘 구분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극적 제목 지양해야한경 기사 방향에 대한 다양한 제언이 나왔다. 신 위원은 저출산 문제를 다루는 <인구 5000만을 지키자> 기획과 관련해 “현재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저출산 문제 해결은 이미 늦은 감이 있고 대책의 효과도 없는 것 같다”며 “늘어나는 고령인구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로 초점을 바꾸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중국 부동산 보도와 관련해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리먼브러더스 사태’와 연결시키는 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신 위원은 “리먼 사태는 파생상품 문제가 굉장히 복잡하게 얽히며 불확실성을 키웠다면 중국의 부동산 위기는 비교적 간단한 문제”라며 “1990년대 초 일본의 부동산 거품 문제와 비교하는 것이 올바른 진단일 것”이라고 했다.
부동산 기사를 다룰 땐 집값을 자극할 수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도영 위원은 “집값이 20억원을 찍었다는 등의 자극적인 제목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부추길 수 있다”며 “현재도 가계부채가 높다는 등의 문제를 균형적으로 전달해야 빚을 내 내 집 마련을 하려는 독자들을 안심시킬 수 있다”고 했다. 박 위원장도 “단순히 아파트가 20억원에 팔렸다고 보도하는 게 아니라 그 가격에 팔린 게 몇 채인지 다뤄주면 다른 보도들과 차별화될 것”이라며 “주식 기사를 쓸 때 거래량을 얘기하는 것처럼 오른 가격에 주택 몇 채가 거래됐는지도 언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 한경 2기 독자위원
● 위원장
박병원 안민정책포럼 이사장
● 위원
김도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김범섭 자비스앤빌런즈 대표
김우경 SK이노베이션 부사장
박종민 경희대 미디어학과 교수
손주형 서강대 언론홍보 4학년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오세천 LG전자 전무
이인영 하나은행 소비자보호 그룹장
임형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정영진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