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9월 27일 오후 5시 38분
협동로봇 전문기업 두산로보틱스가 작년 1월 LG에너지솔루션 이후 2년 가까이 이어져 온 대형 기업공개(IPO) 잔혹사를 끊어내고 공모 흥행에 성공했다. 시장에 충분한 투자 대기 자금이 있다는 게 확인된 만큼 다른 대형 IPO 추진 기업의 상장 도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키움證 제외 청약자당 1주 균등 배정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부터 이틀 동안 이뤄진 두산로보틱스 청약에 33조1000억원이 몰렸다.
이번 청약에는 공동대표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비롯해 NH투자, KB, 하나, 키움, 신영 등 7개 증권사에서 149만6000여 명이 공모주를 신청했다. 일반 청약 물량은 총 486만 주였다. 이 중 50%인 243만 주가 균등 배정 대상이다.
각 증권사의 최소 청약 수량 이상을 청약한 투자자는 키움증권을 제외한 모든 증권사에서 균등 배정 물량으로 1주 이상씩 받을 수 있다. 키움증권에 청약한 투자자는 추첨을 통해 89% 확률로 1주를 받는다.
청약 열기가 뜨거웠던 만큼 상장 이후 주가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 물량의 51.6%가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겠다는 의무 보유 확약을 걸었다.
두산로보틱스 주가는 상장 첫날 공모가의 400%인 10만4000원까지 오를 수 있다. 시가총액은 1조6853억원에서 6조7412억원으로 치솟는다. 다만 시가총액 규모가 클수록 주가 변동성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형 IPO 속속 도전장증권업계에서는 그동안 두산로보틱스 IPO를 대형 공모주 시장 분위기를 좌우할 가늠자로 꼽았다. 코스닥시장의 중소형 공모주를 중심으로 IPO 시장이 호조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 온기가 대형 IPO 기업에도 퍼질지는 확신이 부족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한 대형 증권사 IPO 본부장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이자 조단위 기업가치를 넘는 두산로보틱스가 예상보다 크게 흥행하면서 뒤이어 상장하려는 대형 IPO 기업의 기대도 커졌다”며 “상장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빠른 다음 대형 IPO 후보는 서울보증보험이다. 다음달 수요예측과 일반청약을 거쳐 11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예상 시가총액은 2조7579억~3조6167억원으로 올해 최대어다.
예상 기업가치는 3조원 이상이다. 뷰티 전문 기업 에이피알은 이날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데이터 전문기업 IGA웍스도 연내 상장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피알과 IGA웍스는 모두 과거 투자 유치 과정에서 1조원이 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LG CNS와 SK에코플랜트, CJ올리브영 등 IPO 추진을 공식화한 대기업 계열사도 내년 상반기 상장을 목표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거시 경제 상황은 걸림돌로 꼽힌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연내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해 투자 심리 위축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하반기 국내 증시의 부담 요인으로 꼽혔다.
최석철/배정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