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누구나 최근 절대적인 집값 수준이 부담스럽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의 주택 시장 온기가 공급시장으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어 자금 문제와 시장 불안정성 등을 마주한 민간 분야의 공급을 촉진하고 정부의 공급 계획을 착실히 이행해야 합니다.”
정부 관계자와 민간 부동산 전문가들은 22일 ‘집코노미 박람회 2023’ 첫날 열린 정책 세미나에서 최근의 주택 시장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의 높은 변동성을 보완할 정부 정책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정부가 공급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의 공급 대책 발표를 5일여 앞둔 가운데 박람회 부대 행사로 열린 ‘집코노미 콘서트’ 정책 세미나에는 정부의 공급 대책을 기다리는 수요자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 D홀 콘서트 무대에 마련된 수백석의 좌석을 빼곡히 메운 참석자들은 정부의 정책 방향과 전문가들의 시장 진단에 귀를 기울였다. ◆공급 대책 임박…방향은?국토교통부 주택 정책을 총괄하는 김효정 국토부 주택정책 국장은 “최근 주택 인허가가 감소하고 착공하지 못하는 대지 물량이 쌓이는 상황”이라며 “정상 사업장이 제대로 돌아가고 부실한 사업장은 재구조화해서 다시 사업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번 정책 공급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수요자보다는 사업자 측면의 정책이 공급 대책에 주로 담길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 국장은 “공급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공사비와 금리가 오르면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요인이 크다”며 “사업장에 원활한 자금 조달이 가능하도록 금융적인 부분과 실물적인 부분을 종합해 불합리한 부분은 없나, 개선할 방안을 알아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완화와 부동산 세제 정상화 등을 정부에 제언했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아직 시장 전방위적으로 규제가 풀렸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고, 시장 정상화 차원에서 규제를 완화할 것들이 남았다”며 “실거주 의무 완화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완화, 다주택자 취득세 완화 등 국회에 계류된 것들도 여전해 지속해서 규제를 완화해 가는 것이 우리 주택시장 장기 안정성 확보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한문도 서울디지털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나 주거용 오피스텔의 취득세 완화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정부 정책을 떠나 개인의 재산권은 보호돼야 하는데 현재의 양도세 중과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청년의 주거 안정성을 생각해서라도 주거용 오피스텔을 매입한 후 실거주하는 것을 확인하면 취득세를 할인해주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그는 현재 대폭 완화된 청약 제도의 문턱을 높이고 일시적 2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기간을 현행 3년에서 축소하는 등 일부 규제는 강화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한 교수는 분양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 폐지에도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하반기 전망은?…"현재 집값 높아"전문가들은 현재 집값이 높은 수준임에는 동의하면서도 대응 방안을 놓고는 의견이 갈렸다. 한 교수는 “무주택자분들은 지금 불안해하실 필요가 없고, 대출 상환 금액이 자기 소득의 30%를 넘는다면 (주택 매수를) 참으셔도 된다고 생각한다”며 “부동산 폭등기에 기록한 최고점은 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최고점 대비 집값이 80~90%까지 회복됐지만 올 하반기 내려갈 요인도 많다”며 “하락 폭은 다르지만 일본 부동산 시장처럼 흘러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 연구위원은 “집값의 절대적인 수준이 높다는 걸 부인할 수 없다”며 “정부는 변동성을 관리하는 측면의 정책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정부가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산업계 인력, 기술 성숙도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민해야 한다”며 “주거용과 오피스텔·생활형 숙박시설 등 혼합용 주거시설 사이에서 규제 질서를 전체적으로 손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예정된 공공분양 물량 공급 일정을 차질 없이 밟아간다는 방침이다. 김 국장은 “공공 공급 물량이 예정대로 가지 못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분도 계시지만 공공 물량은 일정 문제 등으로 인해 연말에 몰려 있다”며 “정부는 미분양 물량을 조절하는 등의 목적으로 공공 분양 물량을 줄일 생각이 전혀 없고 정해진 물량을 계획대로 공급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