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들 수건 던지고 있다"…'250조 유출' 초비상 걸린 중국

입력 2023-09-21 14:43
수정 2023-09-2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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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의 증시활성화 대책에도 불구하고 중국 자본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중국 주요 증시의 하락세도 길어지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증시가 고점을 찍은 2021년 12월 이후 올해 6월까지 약 1년 반 동안 중국 자본시장에서 약 1조3700억 위안(1880억달러)의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갔다고 보도했다. 이는 중국 주식·채권 시장에서 이탈한 외국인 자금을 종합한 수치다. 특히 지난 8월에만 120억달러의 외국인 자금이 중국 시장에서 빠져나갔다. BNP파리바의 지카이 천 아시아·신흥국 주식부문 대표는 “중국 부동산 시장과 내수 위축 등에 대한 우려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중국 투자 비중을 크게 줄이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수건을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 경기가 둔화세를 보이는 것은 물론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 등 대규모 부동산개발업체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맞는 등 중국 부동산 시장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위기가 금융위기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행렬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미·중 패권전쟁 격화로 지정학적 불안이 가중되면서 중국에서 돈을 빼는 외국인 투자자들도 늘고 있다는 평가다. 대신 투자자들은 다른 아시아 신흥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올해 외국인 투자자들은 중국 채권을 260억 달러(약 34조원) 매도하면서, 아시아 신흥시장 채권은 620억 달러(약 82조원) 매수했다.

이날 중국 증시도 외국인 자금 이탈이 이어지면서 작년 11월 이후 최저 종가를 기록하는 등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중국 지수는 1.5%까지 하락하면서 3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홍콩에 상장된 주요 중국 기업의 지수를 나타내는 항셍지수도 1% 이상 하락했다. 상해종합지수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블룸버그는 미·중 패권전쟁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고, 중국 경기도 빠른 시간 안에 회복될 가능성이 적다는 점을 감안할 때 중국 증시의 부진한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같은 외국인 자금의 이탈 행렬은 중국 정부의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이 투자자들의 호응을 얻는데 실패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20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유동성을 합리적으로 충분히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도구를 사용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지난달부터 주식 거래 거래 비용 절감, 대주주의 지분 매각 제한 등 증시활성화 대책도 잇따라 내고 있따. 선전 롱텅 자산관리의 펀드 매니저 우셴펑은 “중국 정부가 시장 안정 기금을 통해 새로운 매입에 나서는 등 더 적극적 대책이 나와야 중국 증시가 되살아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이지훈 특파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