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북한이 러시아에 재래식 무기를 지원하는 대가로 대량살상무기(WMD) 능력 강화에 필요한 정보와 기술을 얻게 된다면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안보와 평화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도발”이라고 북·러 간 무기 거래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대한민국과 동맹, 우방국들은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세계 평화의 최종 수호자여야 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러시아)이 다른 주권국가(우크라이나)를 무력 침공해 전쟁을 일으키고, 전쟁 수행에 필요한 무기와 군수품을 유엔 안보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정권(북한)으로부터 지원받는 현실은 자기모순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안보리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폭넓은 지지를 받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과 러시아 등을 상대로 글로벌 연대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나라마다 군사력의 크기가 다르지만 우리가 모두 굳게 연대해 힘을 모을 때, 그리고 원칙에 입각해 일관되게 행동할 때 어떤 불법적인 도발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 미래 세대에게 정의와 법치가 살아 숨 쉬는 국제질서 그리고 지속 가능한 자유, 평화, 번영을 물려주는 것은 우리 모두의 역사적 책무”라고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거래를 몇 달 전 포착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이 관계자는 “북·러 정상이 만나기 훨씬 이전부터 군사 거래가 이뤄지는 것을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며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은 지난 1주일 사이의 일이 아니라 계절이 바뀌기 전부터 진행됐음을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안드레이 쿨리크 주한 러시아대사가 “러시아와 북한 간 군사협력에 관한 주장은 근거 없는 추측”이라고 말한 데 대해 정면 반박한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또 문재인 전 대통령이 전날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행사에서 ‘진보 정부에서 안보 성적도 월등히 좋았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겉으로 보기에 한산한, 평화로운 상황이 평화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김대중 정부 때 서해교전에서 싸워 이긴 군인들의 옷을 벗겼고, 노무현 정부 때는 1차 핵실험이 발생했고, 문재인 정부 때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이 가속화됐다”며 “압도적인 힘에 의해 구축하는 평화가 진정한 평화”라고 강조했다.
뉴욕=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