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지주사 SK㈜의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자회사인 SK팜테코가 단일 생산시설 규모로는 세계 1위인 세포·유전자치료제(CGT) CDMO업체 미국 CBM을 인수했다. SK가 네 번째 바이오 기업 인수에 성공하면서 글로벌 5위 합성의약품 CDMO업체이자 선두급 CGT CDMO업체로 입지를 다지게 됐다는 분석이다.
SK팜테코는 지난해 1월 4200억원을 투자해 2대 주주로 올라선 CBM에 최근 콜옵션(주식을 살 권리)을 행사해 경영권을 확보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인수로 전 세계 의약품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유럽 양대 시장에서 합성의약품과 CGT 모두를 아우르는 현지 공급망을 갖추게 됐다. 미국과 유럽에서 두 종류의 의약품 생산이 모두 가능한 CDMO업체는 SK팜테코 외 스위스 론자, 미국 써모피셔 등 다섯 곳에 불과하다.
CBM은 펜실베이니아주 바이오 클러스터인 셀리콘밸리에서 CGT 단일 생산시설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인 6만5000㎡의 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현재 2만8000㎡가 완공돼 바이럴벡터(인체에 치료용 유전자를 주입하는 바이러스 전달체) 등을 양산 중이다. 2024년엔 세포치료제와 CGT 원료인 플라스미드 생산시설이 구축되고 2026년 모든 시설이 완공될 예정이다. SK팜테코 관계자는 “바이럴 벡터, 플라스미드 등 CGT 원료부터 완제품까지 한곳에서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은 이곳이 세계에서 유일하다”고 말했다.
SK팜테코는 2021년 인수한 프랑스 CGT CDMO업체인 이포스케시의 제2공장이 지난 6월 완공되면서 유럽 최대 수준(1만㎡)의 시설도 갖췄다. 현재 매출은 합성의약품 CDMO 중심으로 연간 1조원을 기록하고 있지만, 3년 뒤(2026년)엔 CGT CDMO를 포함해 2조원을 웃돌 전망이다.
SK는 삼성과는 다른 바이오 CDMO 전략을 펼쳐 주목받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계적으로 수요가 높은 항체의약품용 CDMO에 집중하고 있는 반면 SK는 아직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미래 신약 분야인 CGT CDMO에 올인하고 있다. CGT는 환자의 세포를 이용해 만들기 때문에 다른 의약품보다 제조가 까다롭다. SK그룹 관계자는 “개인 맞춤형 의약품 시대에 맞춰 CGT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안대규/남정민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