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초기 검사에서 500억원대로 알려진 경남은행 횡령 사고 액수가 3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역대 금융권 횡령 사고 중 가장 규모가 크다.
금융감독원은 경남은행 횡령 사고 검사에서 투자금융부 직원 이모씨(50)의 횡령 규모를 2988억원으로 확인했다고 20일 발표했다. 금융권 역대 최대 금융사고인 지난해 우리은행 횡령액(697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씨가 기존 횡령을 덮기 위해 새로운 횡령을 저지르는 ‘돌려막기’를 했기 때문에 경남은행이 실제로 입은 손실은 595억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형법상 횡령죄는 일단 돈을 빼돌리면 성립한다. 돈을 돌려줬는지는 범죄 성립과 관계가 없다. 금액도 횡령 건마다 합산한다.
이씨는 지난달 구속됐다. 그는 2009년 5월부터 작년 7월까지 자신이 관리하던 17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에서 불법을 저질렀다. 횡령 자금을 골드바와 부동산 매입, 골프·피트니스 회원권 구매, 자녀 유학비, 주식 투자 등에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PF 대출 차주들이 대출을 요청하지 않았는데도 허위로 서류를 작성해 거액의 대출을 실행하고 그 대출금을 가족·지인 명의 계좌 등에 이체했다. PF 대출 차주가 정상적으로 납부한 대출 원리금 상환자금도 빼돌렸다.
BNK금융지주와 경남은행 모두 이씨와 관련한 사고 정황을 지난 4월 초 인지했지만 자체 조사 등을 이유로 금융당국에 지연 보고했다. 금감원은 7월 21일부터 긴급 현장검사에 들어갔으며 지난달 초까지 500억원대 횡령 혐의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후 정밀 검사를 통해 추가 횡령을 포착했다.
금감원은 이번 횡령 사고가 BNK금융지주와 경남은행의 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BNK금융지주는 고위험 업무인 경남은행의 PF 대출에 대해 점검한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