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세를 타던 증시의 상승 동력이 약화하고 있다. 6년 만에 가장 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위험 회피 심리가 커진 가운데 반도체, 2차전지 등 시세를 이끌던 주도주까지 주춤하면서다. 투자자들이 연휴 모드에 진입하면서 증시가 지루한 박스권에 갇힐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주포 사라진 주식시장20일 코스피지수는 0.02% 오른 2559.74에 마감했다. 지난 15일 한 달여 만에 2600선을 회복하기도 했지만 하루 만에 2500선으로 다시 미끄러졌다. 코스닥지수는 이달 내내 조정을 받고 있다. 이날 0.13% 내린 882.72에 마감하며 지난 한 달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주가 하락을 이끄는 것은 기관과 외국인이다. 기관은 지난주 국내 증시에서 2조7000억원을 순매수하며 회복세를 주도했지만 최근 3거래일 유가증권과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3476억원, 2254억원 순매도했다. 이 기간 외국인도 각각 5437억원, 2102억원을 팔아치웠다.
장기 연휴(9월28일~10월3일)를 앞두고 관망 심리가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유가와 환율의 급등하는 등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어 조심하려는 투자자가 많다”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 발표도 불안 심리를 자극했다”고 설명했다.
증시를 떠받쳤던 개인들의 매수세도 확연히 줄어들었다. 지난 18·19일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각각 3915억원, 3165억원 순매수했지만 이날 874억원 사들이는 데 그쳤다. 연휴 기간 돌발 변수가 나올 것을 우려한 일부 투자자들이 현금화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반도체·2차전지 주춤주도주가 사라진 점도 증시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달까지 시세를 이끌던 2차전지는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논란 등이 커지며 조정받고 있다. 반도체도 업황 회복이 지연될 것이란 우려에 다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바이오, 엔터, 로봇 관련주도 약세다.
주도주가 사라지면서 투자금은 테마성 종목에 쏠리고 있다. 이달(1~20일) 주가가 50% 오른 종목은 23개에 달했다. 테마주 열풍이 극에 달했던 지난달 같은기간(24개)과 거의 차이가 없다. 증시가 조정받는 가운데도 폭등하는 종목이 속출한 것이다.
한 펀드매니저는 “증시가 부진할 때 테마주에 돈이 몰린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형주 위주의 코스피지수는 일평균 거래대금이 지난 8월 10조8256억원에서 이달 8조7220억원으로 급감했지만 코스닥은 12조1224억원에서 11조5967억원으로 조금 줄어드는 데 그쳤다.
이달 국내 증시 상승률 상위 종목은 대부분 시가총액 1000억원 안팎의 테마주다. 상승률 1위(107%)인 노을은 한동훈 법무장관 관련 정치 테마주다. 시가총액이 1306억원이다. 상승률 2위(105%) 아스트의 시총은 1440억원, 3위(96%) 에이스테크는 1804억원이다.
전문가들은 주가가 크게 내리지도, 오르지도 않는 답답한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주요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발표를 앞두고 경계감이 발생할 수 있으나 유가 추가 폭등 말고는 지수를 끌어내릴 만한 요인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