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의 남자'도 물러났다…신세계 계열사 대표 9명 물갈이 [종합]

입력 2023-09-20 16:15
수정 2023-09-20 17:49

신세계그룹이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을 비롯해 계열사 대표 40%를 한꺼번에 교체하는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다. 업계에서는 실적 악화에 따른 문책성 인사란 평가가 나온다. '정용진의 남자'로 불릴 정도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신임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강희석 이마트 대표 겸 SSG닷컴 공동 대표 역시 물러났다.

신세계그룹은 이와 함께 조직 개편도 단행, 통합대표체제를 도입해 대표이사 인원이 6명 줄었다. 한채양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가 이마트와 함께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를 이끌기로 했다. 지난해 사장으로 승진한 손영식 신세계 대표도 박주형 신세계센트럴시티 대표에게 자리를 물려줬다. 신세계그룹, 첫 '9월 인사'…계열사 대표 40% 교체신세계그룹은 20일 대표이사 직함이 있는 계열사 25곳 중 9곳의 대표이사 교체를 골자로 한 정기 인사를 단행했다. 인사 시기를 지난해보다 한 달가량 앞당긴 것으로, 신세계그룹이 9월에 인사를 단행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인사를 통해 대표이사의 약 40%를 교체하고 통합 대표 체제를 도입해 대대적 조직 개편에 나섰다. 통합 대표 체제를 통해 조직 역량을 결집하고 성과 극대화를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새로운 체제를 도입하면서 대표이사 인원도 6명 줄어 종전의 5분의 4 수준으로 축소됐다.


이번 인사로 이마트와 SSG닷컴 대표를 겸직하던 강희석 대표는 자리에서 물러났다. 강 대표는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 재직 시절부터 10여 년간 정용진 부회장에게 경영전략을 조언해 '복심'으로 불리기도 했다. 최근 실적 악화로 사임설이 흘러나온 강 대표는 당초 임기(2026년 3월까지)를 채우지 못하고 교체됐다.

대신 한채양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사진)가 이마트를 이끌게 됐다. 한 신임 대표는 이마트와 함께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 등 오프라인 유통 사업군을 맡아 '원(one) 대표체제'로 운영하게 된다.

신세계도 대표이사가 바뀐다. 손영식 신세계 대표가 물러나고, 신임 대표로 박주형 신세계센트럴시티 대표(사진)가 내정됐다. 박 대표는 백화점과 센트럴시티 대표를 함께 맡는다.

송현석 신세계푸드 대표는 주류 계열사 신세계L&B 대표까지 겸직하게 됐다. 또한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가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까지 함께 맡는다.

신세계라이브쇼핑 대표는 이석구 신세계 신성장추진위 대표가 맡게 됐다. 과거 스타벅스코리아를 11년간 이끈 이 대표는 2019년 퇴임했으나 2020년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자주 사업 부문 대표로 기용된 바 있다.

마인드마크 대표에는 콘텐츠 비즈니스 전문가인 김현우 대표를 외부 영입했다. 더블유컨셉코리아 신임 대표에는 이주철 지마켓 전략사업본부장이 내정됐다.

신세계그룹은 새로운 대표이사 운영구조도 도입한다. 그룹의 리테일 통합 클러스터를 신설하고 산하에는 이마트,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 신세계프라퍼티, SSG닷컴, 지마켓을 뒀다. 시너지와 실행력 강화를 취한 조치란 설명이다.

또 예하 조직과 본부장 운영에 있어 통합본부장 체계를 도입했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인사에 대해 "변화와 쇄신, 시너지 강화, 성과총력체제 구축에 초점을 맞추고, 회사의 경쟁력 전반을 재정비함과 동시에, 경영환경을 정면돌파하고 미래를 개척할 수 있는 실행력 강한 조직 진용을 새롭게 구축했다"고 자평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번 인사에 대해 실적 악화에 따른 쇄신 인사란 평가를 내놓는다. 내수 부진 등으로 유통업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신상필벌 원칙을 적용한 인사와 조직 개편으로 대응하고 나섰다는 진단이다.

이마트는 올해 상반기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강자 쿠팡에게 매출 기준 유통업계 1위를 내줬다. 상반기 영업이익도 적자로 전환했다. 신세계백화점도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성장세를 멈추고 감소세로 돌아섰다.

한편 유통업계는 롯데쇼핑 역시 조만간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롯데쇼핑이 2026년까지 매출 17조원,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만큼 인사에서도 이 같은 쇄신 의지가 반영될지가 관심사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