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벤치마킹"…전기차 속도내는 도요타

입력 2023-09-19 18:15
수정 2023-09-26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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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요타자동차가 2026년부터 테슬라 방식으로 전기차를 생산한다. 차세대 배터리로 통하는 전고체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고 중국 중심의 보급형 배터리 시장을 빼앗아 오는 데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도요타는 지난주 일본 아이치현 3개 공장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어 배터리 기술 개발과 생산 시스템 현황을 공유했다. 도요타는 우선 배터리를 생산하는 테이호 공장을 공개했다. 이 회사는 이곳에서 이른바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배터리와 양극(兩極)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전고체배터리는 리튬이온배터리에 들어가는 액체 전해질(전류가 흐르는 물질)을 고체로 바꾼 배터리다. 기존 배터리와 비교해 충전 시간이 3분의 1로 줄고 주행거리는 두 배 늘어난다. 다만 가격 경쟁력이 변수다. 고체 전해질 핵심 소재인 황화리튬의 높은 가격은 전고체배터리 대중화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도요타는 단가를 낮출 수 있는 보급형 제품으로 양극 LFP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양극 LFP배터리는 양극(陽極)과 음극이 하나의 집전체(전자를 활성물질에 전달하는 얇은 막)에 들어간 배터리다. 집전체 하나에 양극이나 음극 하나만 들어간 단극 배터리와 비교해 양극과 음극이 모두 들어가기 때문에 용량을 압축할 수 있다. 도요타는 양극 LFP배터리를 통해 비용을 40% 줄이고 주행거리를 20% 늘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도요타 기술자들은 이날 양극 LFP배터리와 관련해 “양극과 음극을 만드는 데 필요한 전해질을 균일하게 도포하는 방법을 찾는 데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대량 생산을 위해서는 여러 배터리를 쌓는 과정에서 손상이 발생하지 않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도요타는 이번에 차체를 한 번에 찍어내는 ‘기가캐스팅’ 기술을 묘치 공장에서 선보였다. 압축기가 4000t 무게로 알루미늄 합금판을 누르면 차량 섀시 부품이 붕어빵처럼 찍혀 나온다. 기가캐스팅은 테슬라의 전기차 제조 핵심 기술로 꼽힌다. 기존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수십 개 금속 패널을 용접해 하나의 차체를 완성했다면, 테슬라는 하나의 금속판을 주물에 넣고 찍어내는 방식을 택했다. 이를 통해 공정을 단축하고 생산 비용을 최대 40% 절감했다.

도요타는 지난 6월 기술설명회를 통해 기가캐스팅 공법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업계에선 이를 ‘파격 선언’으로 받아들였다. 그간 도요타가 고집해 온 ‘재단사 용접’ 방식을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여서다. 도요타는 재단사가 양복을 만들듯 차체 부위별로 세세하게 작업하는 방식을 고수했다. 일본 특유의 장인정신과 결합해 불량률을 낮추는 데 일조했다. 그러나 도요타 역시 차체 개발 및 공장 투자 비용을 줄이기 위해 2026년 출시되는 전기차부터 기가캐스팅을 적용하기로 했다.

도요타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모토마치 공장에서도 혁신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모토마치 공장 기술자들은 조만간 자동차 공장의 상징인 컨베이어벨트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컨베이어벨트를 대신해 물류 로봇이 차량과 부품을 옮길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컨베이어벨트로 인해 발생하는 산재 위험과 매연 문제가 줄어들 것으로 도요타는 보고 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