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美 경쟁사 소송 이겼다…수주 기대감에 원전주 '들썩'

입력 2023-09-19 16:05
수정 2023-09-19 16:12


원자력발전 관련주가 활짝 웃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미국 경쟁사와의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해외 수출이 추가될 거라는 기대감에서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는 전일 대비 5.17% 오른 1만7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전기술(4.95%), 한전KPS(3.34%) 등도 일제히 상승했다. 이달 들어 18일까지 두산에너빌리티와 한전기술이 각각 2.57%, 3.39% 하락세를 타던 모습에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은 18일(현지시간) 자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가 한수원에 제기한 수출 금지 관련 소송을 각하했다. 지난해 10월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이 폴란드, 체코, 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에 수출하려는 한국형 원전(APR1400)이 수출 통제 대상인 자사의 기술을 활용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소송 자격이 웨스팅하우스가 아닌 미국 정부에 있다며 내용 판단없이 각하 판결했다.

한수원이 향후 원전을 수출하는 데 부담을 덜게 되면서 원전주가 상승 흐름을 탔다. 원전은 설계·조달·시공을 모두 책임지는 턴키 방식으로 수출이 이뤄진다. 한수원이 최종 수주에 성공하면 국내 원전 건설 및 기자재 공급사와 함께 사업에 참여한다. APR1400이 첫 적용된 새울 3·4호기의 경우 한전기술이 종합 설계를, 두산에너빌리티가 주기기 등 원자로 설비 공급을 맡았다. 삼성물산, 두산에너빌리티, 한화건설 등 3개사 컨소시엄이 시공을 수행한다.

원전 수출에 한미 간 협상이라는 관문이 남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원전주의 모멘텀(상승 동력)이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하나증권은 "한국 고유 원전 노형 수출 가능성이 줄더라도 (미국과) 기자재 밸류체인에서의 협업 가능성은 있다"면서 "이번 정부의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중장기 원자력 발전 비중 확대와 신규 원전 추가 계획이 확정된다면 투자 모멘텀은 충분히 확보된다"고 말했다. 해외 수출과 관련한 일부 불확실성은 국내 원전 정책으로 극복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원전주는 대표적인 윤석열 대통령 수혜주로 꼽힌다. 윤 대통령이 원전산업 생태계를 재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주목받게 됐다. 이번 정부는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원전 10기 수출' 목표를 내세웠고, 국내에서는 고리2호기 등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의 계속운전, 신규원전 등을 추진 중이다.

이지효 기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