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근종은 만 35세 이상 여성의 40~50%에게 있을 만큼 흔한 질환이다. 별다른 증상 없이 자궁근종만 있다면 경과를 관찰하지만 증상이 심해 일상생활을 하는 데 큰 지장을 받는다면 수술 등을 고려해야 한다. 이때 전신마취나 절개 없이 양성 종양을 제거할 수 있는 하이푸 시술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정민형 경희대병원 산부인과 교수(사진)는 “하이푸 시술은 고강도 초음파를 이용해 자궁근종, 자궁선근증과 같은 질환의 종양을 제거하는 방법”이라며 “돋보기로 태양열을 모아 종이를 태우는 원리를 떠올리시면 이해가 쉬울 것”이라고 했다.
자궁근종의 대표 증상은 월경과다와 월경통, 골반통증, 압박감, 빈뇨 등이다. 하지만 환자의 절반 정도는 자궁근종이 있어도 별다른 증상을 호소하지 않는다. 이렇게 증상 없이 자궁근종만 있다면 별다른 치료를 하지 않고 정기적으로 검사하면서 경과를 추적 관찰하면 된다. 다만 근종이 크거나 자궁근종 때문에 생긴 증상이 심하다면 적절한 치료를 해야 한다. 자궁근종은 다른 기관으로 전이되거나 생명에 영향을 주는 질환은 아니다. 자궁근종으로 진단되면 통증과 출혈을 조절하는 약물 치료나 호르몬주사 치료를 하는 게 일반적이다.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게 힘들 정도로 통증이 심하거나 난임, 불임 등 임신과 관련한 증상으로 이어진다면 보다 근본적인 치료를 해야 한다. 과거에는 자궁근종 치료를 위해 개복수술을 많이 했다. 최근에는 복강경, 자궁경 등 흉터와 통증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소 침습수술을 주로 시행한다.
하이푸 시술은 초음파 장비를 이용해 피부를 절개하지 않는 완전 비침습적 치료법이다. 정 교수는 “자궁근종 위치에 초음파를 집중시키면 열이 발생한다”며 “하이푸 시술은 이 열로 종양을 제거하기 때문에 전신마취를 하지 않고, 절개도 필요 없고, 무엇보다 자궁을 보존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하이푸 시술을 선호하는 환자가 많다. 정 교수는 “하이푸 시술이 장점은 많지만, 하이푸 수술을 자궁근종 치료의 만능 치료법으로 여기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하이푸 시술은 근종(혹)의 성장을 멈추거나 크기를 줄여 불편한 증상을 낫게 하는 보존치료법 중 하나다. 자궁근종을 치료하는 최고의 치료법이라고 이야기하긴 어렵다는 의미다. 환자 스스로 칼을 대는 수술을 원하지 않거나 자궁을 보존하면서 자궁근종을 없애고 싶은 환자에겐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입원하지 않고도 치료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자궁근종 치료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해외 환자가 하이푸 시술을 선택하기도 한다.
정 교수는 “자궁근종 치료는 근종의 위치와 크기, 임신과 폐경 등을 정밀하고 종합적으로 진단해 결정해야 한다”며 “하이푸 시술의 초음파는 인체에 무해하지만 고온의 열을 발생시키는 만큼 주변 부위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정확하게 집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