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날 단식 투쟁 끝에 병원에 입원하면서 그의 체포동의안 표결에 대한 당내 기류가 급격히 바뀌고 있다. “검찰의 야당 탄압에 굴복하면 안 된다”는 친이재명계와 강성 지지자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다. 당 일각에선 “민주당이 스스로 약속한 체포동의안 가결 당론을 뒤집으면 역풍이 불 것”이란 우려도 나오지만 강경 투쟁을 외치는 당내 주류의 목소리에 묻히는 분위기다. 당론 번복 준비하는 野민주당은 18일 의원총회를 열고 이 대표의 입원 및 구속영장 청구 관련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조정식 사무총장은 “이 대표가 단식 중 건강 악화로 긴급 이송된 상황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윤석열 정권의 파렴치하고 잔인한 폭거”라며 “부당한 영장 청구이자 검찰의 야당 탄압”이라고 반발했다.
조 사무총장의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선 “체포동의안 부결 처리를 예고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민주당은 이 대표를 포함한 당 소속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오면 가결 처리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때 조건으로 건 것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정당한 영장 청구일 경우’였다. 이재명 지도부의 핵심이자 친이해찬계의 좌장 조 사무총장이 이번 영장 청구를 “부당한 야당 탄압”이라고 규정한 것은 바로 이 예외 조건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민주당은 체포동의안 표결이 예상되는 오는 21일 본회의 전까지 당내 고위전략회의와 최고위원 간담회, 의원총회를 거쳐 대응 방안을 결정할 방침이다. 한동훈 “입원해도 처벌·여론 못 피해”검찰은 이 대표가 경기 성남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에 깊숙이 개입했고, 이에 따라 구속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이날 법원에 제출한 구속영장 청구서에 따르면 이 대표는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개발 사업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를 배제하고 민간업자에게 사업권을 몰아줘 성남시에 200억원의 손해를 입혔다. 이 대표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대북 사업권 및 기금 지원 요구를 받아주는 조건으로 500만달러를 북한에 대납하도록 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여권에선 이 대표가 구속을 피하기 위해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고 판단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의 긴급 입원과 구속영장 청구는 별개의 사안”이라며 “단식이 정당한 검찰 수사를 거부할 명분이 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과거에도 처벌을 피하기 위해 단식하고 입원하는 사례가 있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며 “민주당이 다수당의 권력을 이용해 개인의 비리를 결사 옹호한다면 국민들은 최악의 권력 남용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비이재명계, 침묵 속 걱정이 대표는 입원 상태에서 단식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에 따라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지는 21일 본회의에 불출석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 비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이 대표 스스로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겠다고 약속했던 만큼 본인은 병상에서 침묵하고 측근들이 동정 분위기를 조성해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야 한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명계는 강성 지지층의 격앙된 여론을 의식해 공개적 비판을 자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비명계 재선 의원은 “이 대표가 입원했다고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야 한다는 주장에 중도층이 얼마나 동의할지 의문”이라며 “당이 한덕수 총리 해임 건의, 내각 총사퇴 주장 등 무리수를 남발하고 있는 가운데 체포동의안까지 부결시키면 지지율이 정말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