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펙스가 발 모양에 따라 운동화를 맞춤 제작하는 ‘원스펙’ 서비스를 시작한다. 그동안 아디다스나 휠라 등에서 소비자가 제안한 디자인으로 운동화를 다량 생산하는 사례는 있었지만, 제조사가 개개인의 발 모양에 맞춰 만드는 사례는 거의 없었다.
프로스펙스는 발볼이 넓거나 양발의 모양이 달라 기성 제품을 착용하기 어려운 소비자를 겨냥해 원스펙 서비스를 시행한다고 18일 발표했다. 고객이 스마트폰으로 발 사진을 여러 각도에서 찍어 올리면 이를 바탕으로 3차원(D) 이미지를 구현하고, 이를 통해 발에 꼭 맞는 운동화를 제작하는 방식이다.
서비스 희망자는 발볼 너비에 따라 ‘기본핏’, 혹은 ‘여유 있는 핏’을 선택할 수 있다. 푹신한 정도도 세 가지(기본·푹신·덜 푹신)로 세분화했다. 이니셜 문구도 새길 수 있다. 원스펙을 적용하는 운동화는 올해 가을·겨울 신상품인 ‘에너젯4’다. 앞으로 맞춤 제작 모델을 확대할 계획이다.
원스펙은 프로스펙스가 2020년부터 진행한 ‘잘됐으면 좋겠어, 당신의 발걸음’ 캠페인이 시작이다. 기성 제품이 맞지 않던 2000여 명의 사연을 받아 맞춤화를 제작했는데, 이 캠페인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상용화 서비스를 준비했다.
원스펙을 통해 만드는 맞춤 제작 운동화는 기존 제품보다 50% 이상 비싸다. 기성품인 에너젯4의 판매 가격은 12만9000원이다. 이를 맞춤형 제품으로 주문할 경우 20만원이 든다. 사이즈 측정 후 최종 제품을 받아보기까지 약 4주가 걸린다.
소비재 시장에서 초개인화가 화두로 떠올랐지만, 그간 패션업계에선 비용 때문에 맞춤 서비스가 확산하지 못했다. 표준화된 규격을 바탕으로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패션·스포츠 브랜드 입장에서는 고객의 체형이나 발 모양에 일일이 맞춰 제품을 만드는 게 생산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이런 까닭에 맞춤 서비스를 상용화하려는 시도는 여러 번 있었지만, 대부분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중단된 바 있다. 현재 패션 브랜드에서의 맞춤 서비스는 양복 등 고가 제품에 한정돼 있다.
하지만 최근 나만의 제품을 원화는 ‘커스터마이징(개인화)’ 수요가 늘어나면서 패션업계에서도 맞춤형 서비스 적용 대상이 더 다양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맞춤 서비스의 성패는 소비자가 체감하는 효용에 달렸다”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