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확보할 수 있는 증거를 최대한 제출하고 실제 활동 있었다는 사실 입증했다고 생각합니다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던 거 같습니다."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상고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은 후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최 의원은 이날 법원을 나서며 "현실이 참혹하고 시대 상황이 어려워질수록 그나마 남은 사법부의 기능마저도 형해화하려는 정권이나 권력의 시도가 멈추지 않을 거 같아서 걱정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날 대법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들에게 '허위 인턴 확인서'를 써준 혐의로 기소된 최 의원에게 징역형 집행유예를 확정했다. 최 의원이 2020년 1월 이 사건으로 기소된 지 3년8개월 만에 대법원 선고가 나온 것이다. 최 의원은 공직선거법과 국회법 규정에 따라 의원직을 상실한다.
최 의원은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로 일하던 2017년 10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들 조원 씨에게 허위 인턴 확인서를 발급해줘 조 씨가 지원한 대학원의 입시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인턴확인서에는 1월부터 10월까지 매주 2회 총 16시간에 걸쳐 인턴 활동을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조 전 장관 아들은 이 확인서를 고려대·연세대 대학원 입시에 제출해 모두 합격했다.
하지만 최 의원은 재판에서 조 전 장관의 아들이 실제 인턴으로 활동해 확인서를 써줬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최 의원과 정 전 교수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를 핵심 증거로 봤다.
최 의원은 정 전 교수에게 "○○이 합격에 도움이 되면 참 좋겠습니다"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이에 정 전 교수는 "그 서류는 연고대를 위한 것인데 어쩜 좋을지"라고 답했다.
법원은 이 문자메시지가 확인서의 용도를 적시한 것으로 최 의원에게 대학원 입시 업무 방해의 고의가 있었다는 증거로 적시했다.
재판에서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를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최 의원 측은 조 전 장관의 주거지 PC에서 나온 하드디스크 등 저장매체 3개에 들어있는 전자정보의 증거능력을 문제 삼았다.
PC의 실사용자 조 전 장관 부부에게 전자정보 탐색·추출 과정에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았으므로 위법하게 압수된 증거여서 형사재판에 쓸 수 없다는 취지다.
이 저장매체들은 프라이빗뱅커(PB) 김경록 씨가 조 전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부탁을 받고 숨겼다가 검찰에 임의 제출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김 씨가 실질적 피압수자여서 문제가 없고 인턴 확인서는 허위가 맞는다고 판단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형이 그대로 확정되면서 최 의원은 국회법과 공직선거법에 따라 피선거권을 상실해 의원직을 잃게 된다.
1심에서 징역 2년이 선고된 조 전 장관의 항소심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자녀 입시 비리·감찰 무마 의혹'으로 지난 2019년 12월 재판에 넘겨진 조 전 장관은 공교롭게도 최 의원에게 유죄가 확정된 이날 같은 시각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2심 공판에 출석했다.
조 전 장관은 자녀 입시 비리 외에 청와대 민정수석 취임 당시 공직자윤리법상 백지신탁 의무를 어기고 재산을 허위 신고한 혐의,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비위 의혹을 확인하고도 감찰을 중단하게 한 혐의 등을 받았다.
지난 2월 1심은 자녀 입시 비리와 관련한 혐의 대부분과 유 전 부시장 감찰 무마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조 전 장관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정 전 교수는 아들 입시 비리 관련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정 전 교수는 딸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지난해 1월 징역 4년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