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인수전에 뛰어든 동원그룹이 강한 인수 의지를 내비치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해운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 인력을 영입하고, 글로벌 컨설팅 기업과 손잡고 실사에 나섰다. ‘참치왕’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의 마지막 꿈을 이루기 위해 그룹 전체가 원팀으로 HMM 인수전에 역량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1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동원그룹은 최근 글로벌 컨설팅 기업 베인앤컴퍼니를 사업실사 자문사로 선정했다. 사업실사는 해당 기업의 미래 사업성을 평가하고, 인수 이후 기업가치를 어떻게 끌어올릴지 전략을 세우는 과정이다. 업계에선 글로벌 톱티어 컨설팅 기업에 사업실사 자문을 맡긴 건 동원이 이번 인수전에 그만큼 진심을 다하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동원그룹은 HMM 인수를 위해 해운 전문가도 영입했다. 현대상선(현 HMM) 출신으로 지난해까지 SM상선을 이끈 박기훈 전 SM상선 대표를 고문으로 앉혔다. 컨테이너선사를 진두지휘한 경험이 있는 박 고문을 중심으로 HMM 인수 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원양어업의 개척자인 동원그룹은 바다가 익숙한 회사지만 해운업 관련 경험이 없다는 게 약점으로 꼽혔다. 이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전문 인력을 고용하고, 글로벌 컨설팅 기업에 도움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해운업이 업황의 변동이 큰 산업인 만큼 ‘승자의 저주’를 사전 차단하기 위해 신중하게 실사를 하며 적정 기업가치를 산정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동원그룹과 달리 비교적 뒤늦게 인수전에 뛰어든 LX그룹은 재무자문사를 구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삼정KPMG를 찾아가 재무자문을 의뢰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LX보다 동원그룹이 먼저 삼정KPMG와 재무자문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한 회계법인이 두 회사를 동시에 자문하는 게 법적으로 문제는 없지만 먼저 계약을 맺은 회사가 복수 자문에 동의하지 않으면 통상 회계법인은 기존 기업만 자문한다.
동원그룹은 김 명예회장의 장남인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이 이끄는 한국투자금융그룹과도 긴밀히 협업하고 있다. HMM 인수전이 본격화되기 전부터 한국투자금융그룹 각 계열사 주요 인력과 함께 테스크포스(TF)를 꾸렸다. TF에선 인수금융 조달과 프로젝트펀드 조성 방안 등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동원그룹은 하나은행을 중심으로 한 인수금융 대주단도 꾸렸다. 재무적투자자(FI)와의 협업은 최후 순위 선택지로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이 매각 후 HMM이 가진 현금성 자산 유출을 우려하고 있는 만큼 인수 자금을 최대한 자기자본으로 마련하는 게 동원의 전략이다. 그룹의 지배구조가 안정적이기 때문에 주요 계열사 지분을 블록딜 형태로 매각하거나 자산을 유동화하면 인수대금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