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고대 문명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가야 고분군의 가치가 세계로부터 인정받았습니다. 이번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는 지난 10여 년 동안 민·관·학(民·官·學)이 마음을 모아 이뤄낸 쾌거입니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17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가야 고분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직후 이같이 말했다. 지난 10일부터 리야드에서 열리고 있는 제45차 세계유산위원회는 가야 고분군(Gaya Tumuli)을 세계유산 목록에 올리기로 최종 결정했다. 2013년 잠정 목록에 오른 이후 10년 만이다.
가야는 고구려·백제·신라와 함께 한반도 남부에 있었던 고대 국가다. 10여 개 왕국의 연맹체로 낙동강 일대에서 문명을 꽃피웠다. 통일된 국가체를 구성하지 못하다가 562년 신라에 의해 병합됐다. 자체적인 역사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잊힌 왕국’ 또는 ‘신비의 왕국’ 등으로 불려왔다.
세계유산위원회는 가야 고분군에 대해 “주변국과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독특한 체계를 유지하며 동아시아 고대 문명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가 된다는 점에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인정된다”고 평가했다. 이로써 한국은 문화유산 14건, 자연유산 2건 등 총 16건의 세계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가야 고분군은 1~6세기에 걸쳐 영·호남 지역에 분포했던 7개의 고분군으로 이뤄진 유산이다. △전북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 △경북 고령 지산동 고분군 △경남 김해 대성동 고분군 △경남 함안 말이산 고분군 △경남 창녕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 △경남 고성 송학동 고분군△경남 합천 옥전 고분군 등이다.
이번 등재는 약 10년 만의 결실이다. 가야 고분군은 2013년 세계유산 잠정 목록에 오른 뒤 2021년 등재추진위원회가 유네스코에 신청서를 제출했다. 유네스코 자문 심사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의 현지 실사 등 심사를 거쳐 지난 5월 등재 권고 의견을 받아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등재를 결정하면서 가야 고분군의 보존·관리 방안도 제시했다. 위원회는 7개 고분군 내 민간 소유 부지를 확보하는 등 유산 보호 노력 지속, 유산과 인접 도로 사이 완충구역 확보, 홍보 전략 개발과 통합 점검 체계 구축, 지역공동체 참여 확대 등을 권고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