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미답의 길을 가는 유일한 방법은 도전적인 질문입니다.”(이정동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난 15일 서울대에서 열린 ‘SNU 그랜드 퀘스트 오픈포럼’ 종합토론의 좌장을 맡은 이 교수는 “한국은 1970년대 외국 기술을 도입해 ‘개량의 시대’를 거친 후 2000년대 선진국과 유사한 수준의 자체 기술을 만들어냈다”며 “이제 길이 없는 곳에 새로운 길을 만들어야 하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IFS)은 지난 6~8일과 13~15일 SNU 그랜드 퀘스트 오픈포럼을 열었다. 인공지능(AI), 챗GPT 등으로 급변하는 사회에서 패러다임을 바꿀 획기적인 질문인 ‘그랜드 퀘스트’를 찾아야 한다는 절박함에서다. 행사에 참여한 석학들은 “그랜드 퀘스트를 통해 선진 기술의 벤치마킹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술을 개척하는 단계로 도약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열린 종합토론에서 석학들은 기술 발전의 새 패러다임 변화를 위해 ‘분야 간 융복합’이 필연적이라고 강조했다. 현택환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석좌교수는 “기초 분야에 대한 탄탄한 역량을 토대로 서로 다른 분야 간 융복합을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병선 한국과학기술평가원 원장은 “3년 전 과학기술혁신추진단을 만들어 프로젝트를 통해 과학계에 반향을 줄 수 있는 질문을 도출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특히 한국의 강점인 반도체 기술을 도입할 수 있는 분야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재영 서울대 연구부총장은 대학 연구지원체계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부총장은 “곧 초등학교부터 AI 디지털 교과서로 학습한 학생들이 대학에 입학하는데, 대학은 여전히 30~40년 전의 연구지원체계에 머물러 있다”며 “미래를 개척하는 연구지원체계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안현실 한국경제신문 AI경제연구소장은 “18세기 산업혁명 전에도 철학, 정치, 기술 등에서 패러다임을 깨는 도전이 있었다”며 “시스템에 대한 지적 반역이 게임체인저로 이어져 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근 정부가 연구개발(R&D)에 ‘효율’의 잣대를 들이대면서 R&D 분야가 활기를 잃고 있다”며 “용도, 목적, 시장이 불분명해도 고민하고 뛰어들 수 있는 환경이 돼야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