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 방치된 스웨터, 15억원에 팔렸다…주인 알고보니

입력 2023-09-15 10:37
수정 2023-09-15 10:38

영국 다이애나비가 입었던 '검은 양' 스웨터가 경매에서 114만여달러(한화 약 15억원)에 낙찰됐다.

14일(현지시간) AFP, dpa 통신에 따르면 다이애나비가 입었던 스웨터가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114만3000달러에 팔렸다. 이 스웨터는 다이애나비가 당시 왕세자였던 찰스 3세 국왕과 약혼한 직후인 1981년 6월 폴로 경기장에 입고 나온 옷이다. 낙찰자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소더비는 이 스웨터 낙찰가를 5만~8만달러(약 6600만~1억원)로 예상했으나 입찰이 쇄도해 경매를 연장해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마지막 15분 동안에는 입찰가가 19만달러(약 2억5000만원)에서 110만달러(약 14억6000만원)로 치솟았다.

소더비에 따르면 이 스웨터는 지금까지 경매에 나온 다이애나비 옷 가운데 가장 비싼 가격에 팔렸다. 앞서 지난 1월 경매에서는 그의 무도회 드레스가 60만4000달러(약 8억원)에 낙찰된 바 있다.

이 스웨터에는 붉은색 바탕에 흰 양 떼 무리 속 검은 양 한 마리가 들어가 있다. AFP 통신은 이를 두고 다이애나비가 영국 왕실에서 겪을 '험난한 여정'을 마치 예고라도 하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다이애나비가 생전에 입었던 상징적인 옷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이 스웨터는 영국 왕실 이야기를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더 크라운'에도 등장하기도 했다.

AFP 보도 등에 따르면 이 스웨터를 만든 영국 패션 브랜드 '웜앤원더풀' 창업자 조애나 오즈번은 지난 3월 다락방에서 이 스웨터를 발견했다. 웜앤원더풀 측은 다이애나비가 이 스웨터를 입고 폴로 경기장에 등장한 지 얼마 뒤 스웨터 소매가 손상됐다며 수선 또는 교체를 문의하는 편지를 받았다고 한다.

웜앤원더풀 측은 다이애나비 측에 새 스웨터를 보냈고, 이 스웨터도 수선해 다이애나비에게 전달했다고 생각했으나 알고 보니 그간 오즈번의 다락방에 보관돼 있었다고 한다. 이번 경매에선 수선 의뢰 편지, 다이애나비의 당시 비서가 보낸 감사 편지도 함께 부쳐졌다.

다이애나비는 찰스 왕세자와 위태로운 결혼생활을 보내다가 1996년 이혼했다. 다음 해 프랑스 파리에서 자동차 사고로 숨졌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