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상조업체 1위 프리드라이프, M&A 매물로 나왔다

입력 2023-09-14 15:25
수정 2023-09-14 17:54
이 기사는 09월 14일 15:2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내 1위 상조업체인 프리드라이프가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안정적인 현금 창출을 눈여겨본 국내 기업과 국내외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1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프리드라이프를 보유한 국내 PEF 운용사인 VIG파트너스는 최근 뱅크오브아메리카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하고 잠재 인수 후보들을 상대로 물밑 접촉에 나섰다. 이르면 내달 초 투자설명서(티저레터) 배포를 시작으로 매각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매각 측의 희망 가격은 1조원 중반 수준으로 전해진다. 운용자산 2조원 금융사로 부상한 상조업프리드라이프는 올해 4월 업계 최초로 선수금 2조원을 돌파한 국내 1위 상조 업체다. 2020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수금 1조원을 넘긴 후 3년 만에 두 배 이상 몸집을 불렸다. 보람상조, 대명스테이션 등 1조원대 선수금을 보유한 2위권 업체와도 격차를 벌였다. 지난해 말 기준 매출(영업수익)은 1829억원, 영업이익은 308억원을 기록했다.

외견상 매출과 영업이익이 적은 데도 조단위 몸값이 거론되는 것은 상조업체의 기업가치와 현금창출능력이 선수금 규모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선수금은 가입자가 장례 서비스를 받기 위해 업체에 미리 지급하는 돈이다. 가입자는 가입 시 장례비용을 미리 확정하고 10여 년에 걸쳐 분할 납부한다. 매출은 선수금을 내는 고객들에게 향후 상조 서비스를 제공할 때 발생한다.

현행 규제상 상조업체들은 선수금의 50%는 은행이나 공제조합에 맡기고 나머지는 부동산 및 금융 상품에 투자한다. 고객 보험료를 운용하는 보험사와 유사한 사업구조다. 프리드라이프는 회사채 투자 및 펀드 출자 등 자산 운용을 통해 지난해 442억원의 금융수익을 올렸다. 전체 매출에 24.1%에 달한다.
업체는 줄고 고객은 늘고...VIG '합종연횡' 전략 통했다프리드라이프가 빠르게 영향력을 키운 덴 대주주인 VIG파트너스의 '합종연횡' 전략이 기반이 됐다. 국내 상조업은 일본의 영향을 받아 1982년 부산을 시작으로 전국으로 퍼졌다. 이렇다 할 규제가 없어 2000년대 초반엔 업체 수가 300여 개에 달했다. 대부분 영세업체여서 선수금으로 낸 돈을 환급 요청해도 돌려받지 못하거나,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는 피해 사례가 속출했다.

VIG파트너스는 서비스를 제공할 능력이 안 되는 영세업체들이 자연스럽게 퇴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정적 재무구조를 갖춘 소수의 대형업체가 그 공백을 채우면서 업계가 재편될 것이라는 예상은 적중했다. VIG파트너스는 2016년 중견 상조업체 좋은라이프를 인수한 뒤 금강문화허브, 모던종합상조 등을 추가로 인수해 덩치를 키웠다. 2020년에는 업계 1위 프리드라이프를 인수하고 2021년 초 좋은라이프와 합병시켰다.

국내 상조업은 투명한 자금 운용과 전문적인 서비스를 갖춘 대형 업체 중심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상조 서비스의 전체 가입자 수는 833만명, 총 선수금 규모는 8조3890억원으로 집계됐다. VIG파트너스가 시장에 첫 진입한 2016년 가입자 수가 438만명, 선수금 규모는 4조790억원에 그쳤던 데 비해 대폭 늘었다. 반면 한때 300여 개에 육박했던 업체 수는 지난해 말 74곳까지 줄었다.

산업 내 경쟁 구도도 선수금 1조원 이상의 '빅 4' 업체간 경쟁으로 굳혀졌다. 프리드라이프와 함께 양대 상조업체로 뽑히는 보람상조그룹은 2020년 보람상조개발을 앞세워 재향군인회상조회를 인수했다. 5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보람상조그룹의 선수금 규모는 지난 1분기 기준 1조4222억원에 달한다. 이 밖에 대명소노마그룹이 운영하는 대명스테이션(선수금 1조947억원), 교원그룹의 교원라이프(1조509억원) 등으로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매각이 본격화되면 규모의 경제를 꾀하는 경쟁업체들이나 국내외 PEF들이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상조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면서 대기업의 시장 진입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7월 보험업계는 상조 시장 진출 등을 요구하는 내용의 건의문을 금융위원회 내 금융규제개혁 태스크포스(TF)에 제출하는 등 상조시장 진입을 꾸준히 시도하고 있다. 보험사들의 진출이 가능해기 전에 VIG파트너스가 매각에 속도를 낸 것이란 관전평도 나온다.

VIG가 매각에 성공하면 7년여 만에 투자금을 회수하게 된다. VIG파트너스는 2016년 7000억원 규모로 조성한 3호 펀드를 통해 프리드라이프에 투자했다. 프리드라이프 2000억원, 좋은라이프 650억원 등을 포함해 VIG파트너스의 총 투자 금액은 3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차준호 / 박종관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