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간 이복현 "금융사 배당 자율 보장할 것"

입력 2023-09-14 18:35
수정 2023-09-15 02:14

“은행주 등 한국 금융회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지나치게 낮다는 점은 우리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랭커스터호텔에서 열린 ‘인베스트 K-파이낸스 런던 IR 2023’에서 “작년부터 국내 금융사 PBR과 관련한 여러 고민을 해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원장은 “어느 정도의 자본 확충 능력을 전제로 해서 국내 금융회사의 배당 자율성을 보장하는 게 우선”이라며 “배당정책과 관련해 일관되게 시장친화적인 방식으로 금융회사들이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금융회사와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으로 연 이날 행사에는 HSBC, 블랙록, BNP파리바, JP모간 등 글로벌 금융사 관계자 약 350명이 참석했다. 행사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금융회사의 주주환원 관련 질문을 가장 많이 했다. 현재 한국 금융회사의 PBR은 0.3~0.4배 수준에 불과하다. 글로벌 주요 은행 PBR이 1배를 넘는다는 점에서 저평가됐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행사에 참석한 한 외국 증권사 관계자는 “한국 금융회사들이 배당을 할 펀더멘털이 충분한데도 감독당국의 안정성 요구로 배당을 하지 않고 있다는 의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금감원은 잠재적 주주들이 실제 배당액과 배당 여부 등을 공표한 이후에 투자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기도 했다”며 “주주친화정책을 할 수 있도록 일관되게 자율성을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금융회사에 대한 영업 제약 규제도 완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원장은 “중장기적 성장성 측면에서 은행 보험 증권 등의 영업 제약이 과도하다는 인식이 있다”며 “예를 들어 해외 진출 시 현지 기업의 자회사를 인수하거나 투자할 때 관련 국내 규제가 강하다는 지적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해외 투자를 위해 자유롭게 자금을 이동할 수 있도록 규제를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대주주와 일반주주 간의 정보 비대칭 이슈가 국내 기업 전반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는 점도 끄집어냈다. 그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요인으로 여기는 대주주와 일반주주 간 정보 비대칭 이슈가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며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경영권 이전 시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거나, 경영진과 임직원 등 내부자가 주식을 처분할 때 사전에 공시하도록 하는 방안 등을 연내에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금융감독 정책이 일관되게 정착될 수 있도록 규정이나 내부 시스템에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또 “감독당국의 규제 정책과 관련해 핵심 내용은 영어로 번역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볼 수 있도록 하고, 일정 규모 이상 회사는 의무적으로 영문 공시를 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런던 기업설명회(IR)는 해외 투자 유치를 촉진하기 위해 금감원과 금융회사, 서울시 부산시를 비롯한 지자체가 함께 열었다.

런던=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