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조가 강원 원주시청 노조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및 전공노 탈퇴를 무효로 해달라는 소송을 중단하기로 했다. 1·2심에 연거푸 패소한 상태에서 소송전을 지속하면 자칫 다른 노조의 집단 탈퇴를 부추기는 대법원 판례가 나올 수 있어서다.
14일 노동계에 따르면 전공노는 지난 12일 상임집행위원회를 열어 원주시노조와의 총회결의 무효확인 소송 상고 여부를 검토한 끝에 “승소 가능성이 높지 않아 실익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원주시노조는 전공노 소속 지부이던 2021년 8월 24일 임시총회를 열어 조합원 찬반 투표를 통해 민주노총 및 전공노 탈퇴를 결의했다.
그러자 전공노는 “(원주시노조는) 일개 지부에 불과하므로 탈퇴 등 조직 형태 변경 권한이 없다”며 탈퇴를 무효로 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은 지난해 12월 “산별 노조와 독립해 의사를 결정할 능력을 갖춘 지부는 자주적·민주적 결의를 거쳐 목적 및 조직을 선택하고 변경할 수 있다”며 원주시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전공노는 항소심에서는 투표 당시 원주시지부가 설립 신고가 안 된 ‘법외노조’라는 점을 문제 삼았다. 하지만 서울고등법원 춘천2민사부는 지난 1일 “설립 신고 여부만 놓고 달리 판단할 이유가 없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2심에서도 패소한 전공노는 11일 상고장을 제출했다.
하지만 내부 법률 검토에서 정반대 의견이 나왔다. 전공노를 대리해 소송을 수행한 변호사는 의견서에서 “상고심이 사실심리가 아닌 법률심인 점에서 승소 가능성이 높지 않다”며 “상고심을 진행할 경우 소속 지부, 지회 등 산하기관에 대해 조직 형태 변경이 허용된다는 대법원 판례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