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코오롱FnC)이 폐의류에서 실을 뽑아 새 옷을 만드는 사업에 도전한다. H&M 등 해외 패스트패션(SPA) 브랜드가 추진하는 ‘서큘러 패션’이다. 코오롱FnC가 서큘러 기술을 완성하면 친환경이 대세가 된 패션업계에 획기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코오롱FnC는 몽골과 베트남에 섬유순환센터 설립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13일 발표했다. 이를 위해 코오롱FnC 자회사 케이오에이(KOA)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지난 12일 ‘몽골·베트남 서큘레이션 센터 구축사업’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서큘러 패션은 폐의류와 재고의류에서 섬유를 뽑아 다시 의류 소재로 만드는 방식이다. 기존 의류를 완전히 재활용한다는 점에서 탄소 배출을 근본적으로 감축할 수 있다는 게 패션업계의 설명이다. 하지만 폐의류 분류부터 재생 섬유를 뽑아내는 작업까지 세밀한 기술이 필요해 아직 보편화하지 못했다. 글로벌 브랜드 H&M이 폐의류를 활용한 서큘러 패션을 도입한 정도다.
국내에선 제주도 호텔의 침구나 수건을 목장갑으로 제작하는 등의 사례는 있었지만, 대규모로 폐의류에서 실을 뽑아 다시 의류로 재생산하는 시도에 나선 건 코오롱FnC가 처음이다.
코오롱FnC는 케이오에이를 중심으로 몽골에 폐캐시미어 재생을 위한 서큘레이션 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올해 현지 조사를 한 뒤 2024년부터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케이오에이의 ‘르 캐시미어’ 브랜드는 몽골의 산양에서 저절로 빠지는 털만 걷어내 사용하는 동물 친화적 생산 방식으로 유명하다. 코오롱FnC는 지난해 6월 케이오에이 지분 100%를 인수했다. 몽골뿐만 아니라 베트남에도 서큘레이션 센터 건립이 추진된다. 베트남에는 캐시미어 외에 다른 소재로 확장을 고려하고 있다.
의류 폐기물은 SPA 브랜드가 성장하면서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국내 통계에 잡힌 의류 폐기물만 해도 한 해 10만t을 돌파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생활폐기물로 배출된 의류는 2021년 11만8386t으로, 2020년 대비 43.6% 늘었다. 유동주 코오롱FnC ESG임팩트실 이사는 “폐플라스틱의 의류 소재화 역시 적지 않은 탄소 증가로 이어진다”며 “폐의류가 다시 의류 소재가 되는 서큘러 패션을 구축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