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7.4兆 '코로나 대출' 부실률 10% 넘었다

입력 2023-09-13 18:07
수정 2023-09-21 16:50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2020년부터 신용보증기금을 통해 내준 ‘소상공인 위탁보증’ 대출 부실률이 지난 6월 말 1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부실로 공공기관인 신보가 금융회사에 대출자 대신 갚아준 ‘대위변제액’도 매년 두 배씩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 극복 차원에서 대출자의 상환 능력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내준 대출이 시간이 지나 대규모 부실 후폭풍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위탁보증 부실 세 배 ‘껑충’
한국경제신문이 13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을 통해 입수한 ‘(국회) 정무위원회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소상공인 위탁보증 사업의 대출 부실률은 지난 6월 말 기준 10.6%로 집계됐다. 이 사업의 부실률은 2020년까지만 해도 0.2%에 불과했지만 2021년 1.7%로 오르더니 작년엔 3.9%로 높아졌고, 올해엔 6개월 만에 전년 말 대비 세 배 수준으로 치솟았다.

소상공인 위탁보증 사업은 신보가 정부 예산을 받아 2020년 5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한시적으로 진행했다. 이 기간 모두 7조4309억원의 대출이 이뤄졌다. 소상공인 위탁보증 대출은 보증 기관인 신보가 보증 심사 업무를 하지 않고, 보증심사 업무를 위탁받은 12개 은행이 신보의 보증 여부를 대신 결정했다는 게 일반 보증대출과 다른 점이다.

심사 권한을 위탁받은 은행은 신보처럼 깐깐하게 상환 능력을 검토하지 않았다. 신보 일반보증은 대출을 받으려는 사업체의 부채 현황과 자기자본 규모 등을 따지는 것은 물론 현장조사까지 이뤄진다. 반면 소상공인 위탁보증은 차주의 대출 연체 이력과 세금 체납 기록 등만 간단히 확인한 후 보증이 이뤄졌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신속하면서도 대규모로 지원해야 한다는 명분 아래 이처럼 간단한 절차로 보증을 내줬다. 보증 심사 절차가 대폭 완화된 만큼 부실 위험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부실은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소상공인 위탁보증 사업으로 대출받은 차주가 돈을 갚지 않아 보증기관인 신보가 대신 금융기관에 갚아준 ‘대위변제액’은 2021년 837억원에서 작년엔 1831억원으로 118.8% 늘었다. 올해엔 대위변제액이 3646억원으로, 지난해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신보는 보고 있다. ○원금 상환 시작으로 부실 눈덩이문제는 소상공인 위탁보증 사업의 부실률이 앞으로 더 빠른 속도로 치솟을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소상공인 위탁보증을 통한 대출은 ‘3년 거치, 2년 분할상환’ 구조로 소상공인에게 공급됐다. 올해 5월부터는 이자뿐만 아니라 대출 원금도 갚기 시작해야 한다는 얘기다.

신보도 이 사업을 통한 누적부실률(누적부실액÷누적대출공급액)이 작년 말 5.2%에서 올해 14%까지 오르는 데 이어 2025년엔 25.6%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각에선 소상공인 위탁보증 사업의 대규모 부실 여파로 신보 본업인 중소기업에 대한 일반보증 업무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소상공인 위탁보증 사업 예산은 신보의 일반보증 사업과 별도의 계정으로 관리되는 만큼 중소기업 보증 지원 등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윤창현 의원은 “부실 심사로 대위변제 규모가 커지면 신보의 보증 공급 여력이 줄어들어 고금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의 미래 보증 기회가 사라질 우려가 있다”며 “신보 건전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시스템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