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애플의 '고무줄 환율' 논란

입력 2023-09-13 18:01
수정 2023-09-14 00:27
“애플식 환율 책정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올 들어 원·달러 환율이 크게 떨어졌는데, 지난해 환율 그대로 원화 기준 출시가를 정하고 있다. 환율이 올랐을 때 한국 가격을 올려놓고, 정작 환율이 떨어지면 나 몰라라 한다.”

애플이 12일(현지시간) 아이폰15를 출시하자 나온 한국 소비자들의 반응이다. 이유는 애플의 가격 정책 때문이다. 애플은 이번에 아이폰15를 내놓으면서 미국 현지 가격은 지난해 아이폰14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했다. 한국 출고가도 액면가는 작년과 동일하다.

문제는 1년 새 바뀐 원·달러 환율이다. 13일 서울 외환시장 마감 기준으로 원·달러 환율은 1330원이었는데, 애플은 지난해 적용한 1400원을 기반으로 한국 출시가를 정했다. 결과적으로 한국에선 아이폰 가격이 미국보다 10% 가까이 비싸졌다. 아이폰15 기본 모델의 128GB 가격은 미국 799달러, 한국 125만원이다. 이날 마감 환율인 달러당 1330원을 미국 판매가에 적용하면 106만원 수준이다. 애플이 자사 입맛대로 원·달러 환율 잣대를 들이대면서 한국 가격만 높인 것이다.

미국 출시가에 세금이 포함돼 있지 않은 점을 감안하더라도 한국 가격이 더 비싸다. 주마다 다르긴 하지만 세금을 10%라고 가정하면 미국 아이폰15 가격은 원화로 116만원 수준이다. 한국 출시 가격이 여전히 9만원가량 높다.

‘오락가락 환율’이 적용되긴 노트북도 마찬가지다. M1칩을 적용한 맥북에어 13인치는 미국 현지 가격이 999달러, 한국 가격이 139만원이다. M2칩이 들어간 맥북에어 15인치는 미국 가격이 1299달러, 한국 가격이 189만원이다. 두 모델은 미국 가격으로는 300달러(약 39만원) 차이가 나지만, 원화로는 50만원 차이가 난다.

더 황당한 건 일부 다른 국가에선 환율 변동 폭을 반영했다는 사실이다. 영국과 독일에선 아이폰15 가격을 작년 아이폰14보다 각각 50파운드, 50유로 내렸다. 한국 소비자만 ‘봉’이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이유다. ‘어차피 아이폰을 살’ 충성심 높은 10~20대 고객을 믿고 주먹구구식으로 가격을 책정한다는 비판도 거세다.

애플은 ‘고무줄 환율’을 적용한 ‘배짱 영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더욱 투명하고 일관된 가격 정책을 보여줘야 소비자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 그게 세계적 빅테크다운 영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