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시설이나 호텔 등이 있던 장소가 업무시설인 오피스로 탈바꿈하는 사례가 최근 늘고 있다. 리테일 공간이 코로나19 직격탄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동안 재택근무 축소와 오피스 공급 부족 등의 영향으로 사무실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어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공유오피스 업체 스파크플러스가 지난 5월 문을 연 서울 삼성동 코엑스점은 원래 롯데면세점이 있던 곳이다. 2010년부터 영업하던 롯데면세점 코엑스점이 코로나19와 환율 상승 등으로 타격을 받아 지난해 문을 닫자 스파크플러스가 빈자리를 차지했다. 작년 11월 개장한 스파크플러스 동대문점은 과거 패션몰 롯데피트인 동대문점이 있던 자리다. 롯데피트인 동대문점은 외국인 관광객 급감 여파로 2020년 영업을 종료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텅텅 비어 있던 지하철역 내 상가를 꿰찬 것도 공유오피스다. 서울교통공사는 공실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1년 지하철 역사 내 공유오피스 조성 사업을 추진하기로 하고 스파크플러스를 운영사로 선정했다. 영등포구청역 공덕역 왕십리역 마들역 등 총 네 곳에 공유오피스가 조성돼 있다.
목진건 스파크플러스 대표는 “거점 근무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면서 서울 곳곳에 오피스를 마련하고자 하는 니즈가 증가했다”며 “공실을 줄이려는 건물주의 수요와도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미국에선 위워크가 파산 위기를 맞는 등 공유오피스업계가 위기에 처했지만 국내에선 리테일 시설이 떠난 자리를 공유오피스가 차지하는 등 분위기가 다소 다르다. 패스트파이브 관계자도 “성수와 서울숲 지점 등은 항상 만실”이라고 했다.
최근 몇 년 새 호텔이 오피스로의 변신을 꾀한 사례도 눈에 띈다. 신도림동 쉐라톤디큐브시티호텔은 작년 7월 오피스로 바뀌었다. 명동 뉴국제호텔과 티마크그랜드호텔 등도 오피스로의 변신을 시도 중이다. 작년 12월 31일부로 문을 닫은 후암동 밀레니엄힐튼호텔도 호텔과 오피스 등으로 구성된 복합시설로 재탄생한다.
해외에선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정착된 사례가 많지만 국내에선 대다수 기업이 사무실 출근으로 속속 복귀했다. 여기에다 만성적인 공급도 한몫하고 있다. 알스퀘어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서울 오피스 공실률은 2.2%로 전분기 대비 0.5% 하락했다. 2021년만 해도 7%에 달했는데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 수급 불균형 속에 서울 오피스 임대료는 1년 새 11% 상승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엔데믹 이후 일부 상권이 살아나고 있지만 높은 임대료와 경기 침체 등으로 공실 문제가 당장 해결되긴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서울 오피스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오피스로 용도를 변경하는 시설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