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 학원비 그까이꺼"…'황혼 육아'에 지갑 여는 노인들 [조미현의 Fin코노미]

입력 2023-09-13 11:17
수정 2023-09-13 11:31

60대 이상 노인층의 육아 관련 소비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직장을 다니는 자녀를 대신해 조부모가 손주 양육을 도맡는 경우가 많아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됩니다.

13일 비씨카드 데이터사업본부가 코로나19 팬데믹 전후 최근 5년간 60대 이상 시니어 고객 소비 트렌드를 분석한 결과 '황혼 육아' 관련 소비가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1인당 키즈카페 평균 결제액(올해 1~8월 기준)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4.7% 증가한 2만8000원, 병원비(소아청소년과)는 60.6% 늘어난 1만5000원으로 각각 집계됐습니다.

학원비 결제도 크게 늘었는데요. 60대 이상 고객이 학원비에 지출한 평균 결제액은 37만2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3% 증가했습니다. 이는 전체 학원비 평균 결제액(36만7000원)보다도 1.4%(5000원)가량 높은 수치입니다. 학원비는 보습학원뿐 아니라 학습지 교육비 등도 포함됩니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학원비의 경우 60대 이상 평균 결제액이 전체 연령 평균 결제액보다 높아 손주를 향한 '학조부모(학부모+조부모)'의 씀씀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밖에 아이스크림을 주로 파는 무인가게에서 60대 이상 고객이 쓴 평균 결제액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4.7% 늘어난 8000원, 아동복은 7.3% 늘어난 7만8000원이었습니다.

한국이 2025년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60대 이상 시니어 고객 수와 결제액 비중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비씨카드의 60대 이상 고객 비중은 지난해 8월 25.8%였는데, 지난달에는 27.5%로 1.7%포인트 확대됐습니다. 이는 5년 전인 2018년 8월(20.2%)과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것입니다. 결제액 기준으로도 6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8월 14.4%에서 지난달 22.9%로, 8.5%포인트 늘었습니다. 경제력을 기반으로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는 '액티브 시니어'가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는 모습입니다.

시니어 고객층은 올해 들어 여행 관련 소비를 많이 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여행 부문에서 1인당 평균 결제액은 전년 1~8월 대비 94.6% 급증한 40만4000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전체 평균(32만6000원)보다도 7만8000원 많은 금액입니다. 면세점에서는 전년 동기 대비 83.5% 증가한 15만1000원을 썼습니다. 건강식품(50.5%), 홈쇼핑(30.4%), 백화점(23.3%)에서도 소비가 크게 늘었습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고령 친화 산업 시장은 2020년 72조원에서 2030년 168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오성수 비씨카드 상무는 "우리 사회가 초고령화 시대에 진입하면서 경제적, 교육적으로 조부모의 영향력이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앞으로도 비씨카드는 데이터 기반으로 사회적 변화에 따른 효과적인 정책 수립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