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이지만, 직장인입니다’ 유영미 작가, “교사로서 얻은 깨달음을 글로 쓸 때 가장 행복해요”

입력 2023-09-12 23:41
수정 2023-09-12 23:42


[한경잡앤조이=이진호 기자/장수인 대학생기자] “저는 글감을 끌어올리는 어부이기도 하고, 글감을 요리하기도 하는 셰프이기도 해요.”

지난달 22일 수원 팔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유영미 작가는 자신의 직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교사이지만, 직장인입니다.’는 19년 차 초등교사인 유영미 씨가 지난 6월에 발간한 책이다. 교직 생활에서 경험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모아 에세이를 작성했다.

교사이자 작가인 유영미 씨는 인터뷰 내내 교직 생활 속 글감을 찾는 데서 느끼는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학교에 있을 때 글감을 찾을 때면 언제나 기뻐요. 아이들과 함께하는 모든 순간에서 글감을 찾을 수 있거든요. 더욱 교사 생활에 활력을 얻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더 학교에서 교사 생활하는 게 삶을 풍요롭게 만들더라고요.”



유 작가는 작가로 데뷔하기 전 때의 이야기를 꺼냈다.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주변에서 ‘네가 무슨 책을 써. (네가) 할 수 있겠니’라고 하길래 유 작가는 서글퍼졌다고 한다. 하지만 가장 슬펐던 건 스스로도 작가로서의 가능성을 확신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유 작가는 자신의 책을 세상에 등장시킨 이후론 “교사로서의 나도 아이들을 가능성을 바라봐야겠다고 다짐했다”라며 웃었다.

이어 “교사와 학생 사이에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라고 생각한다”며 “매사에 무기력했던 학생이 제 응원을 듣고 태도가 한순간에 바뀌었어요. 나는 널 학교에 있을 때뿐만 아니라 퇴근 후에도 계속 생각한다고 말해줬다”라고 회고했다.

교사, 그리고 작가, 이젠 글쓰기 강연을 열기까지. 유 작가는 교사나 기업에 재직 중인 직장인을 대상으로 글쓰기 강의를 진행한다.“처음 강의를 시작할 땐 수강자 수가 많이 없으면 어떡하지, 고민과 걱정이 많았는데 생각보다 일상의 돌파구로서 글을 쓰고 싶어 하시는 교사분들이 많더라고요. ‘작가가 되려면 돈이 많이 드나요?’, ‘교사 생활로도 바쁜데 작가로 활동하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들지 않나요?’ 이렇게 저한테 질문을 해주시는 교사분들도 많이 계셨는데요. 저는 시작을 두려워하는 교사들의 용기를 확 끌어주는 역할을 해주는 누군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 역할을 제가 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그래서 더더욱 작가로서의 강의나 북콘서트를 열심히 다니면서 저의 이야기를 널리 공유하고 있죠.”



‘교사이지만, 직장인입니다’는 유 작가가 19년 동안 교직 생활에서 겪은 다양한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다문화 학교에 처음 발령받았을 때 느꼈던 낯섦과 적응할 수 있었던 일화들. 주말이 지난 월요일 첫 수업 시간에서 아이들의 집중력을 끌기 위해 했던 수많은 노력의 흔적들. 교실 밖에서 교사를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교사의 이야기를 가장 가까이에서 전해준다.

교사와 작가의 경계에 대해서 묻자 유 작가는 “책을 쓸 땐 부정의 생각은 1g도 허용하지 않았던 것 같다”며 “아이들과 보낸 행복한 교사로서의 생활을 자연스레 글로 작성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교사로서의 생활에서 겪은 어려움에 대해선 “초임 교사 시절엔 아이들 앞에서 완성형 교사로 서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며 “아이들에게 솔직한 감정을 보여줌으로써 더 솔직해질 수 있었다. 솔직한 교사가 된 후로 아이들과 더 잘 소통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유 작가는 책 속에서 대한민국 교육이 미니 트럭에 실려가고 있다고 비유한다. 현 교육계의 상황을 미니 트럭에 비유한 이유에 대해 “어쩌면 누군가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혈액이 크기가 작은 트럭에 실려 가는 모습이 묘하게 슬펐다”며 “아이들의 미래를 책임지는 교육 환경을 안전하게 보존할만한 보호장치가 부족한 현실”을 지적했다.

그에게 ‘교사이지만, 직장인입니다’가 어떻게 기억될지 묻자 유 작가는 “‘교사이지만, 직장인입니다’는 교사이자 작가로서의 첫 도전”이라며 “앞으로도 교직 생활에서 아이들과 함께한 경험을 다양한 분야의 책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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