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그림으로 세계를 매혹한 이 남자

입력 2023-09-13 11:27
수정 2023-09-25 01:07

꽃은 미술 역사상 가장 많은 화가가 다룬 그림 주제다. 지금도 세계 수많은 화가가 꽃을 그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작가가 미국의 현대미술 거장 알렉스 카츠(96)다.

서울 청담동 글래드스톤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 ‘알렉스 카츠’는 그의 꽃 그림 16점을 만날 수 있는 전시다. 모든 그림의 배경을 검은색으로 칠한 게 이번 전시작의 특징이다. 카츠의 꽃 그림은 언뜻 보면 대충 쓱쓱 그린 듯 단순하지만 촌스럽지 않고 세련된 느낌을 준다. 70년 넘게 작품활동을 하며 쌓은 공력 덕분이라는 평가다.


카츠는 “꽃은 물질성과 표면, 색상, 공간적 측면을 모두 잡아내야 하기 때문에 그리기 가장 어려운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특징을 잡아내기 위해 작가는 먼저 칠한 물감이 마르기 전에 다음 획을 더하는 ‘웨트 온 웨트(wet-on-wet)’ 기법을 쓴다. 이 방식으로 빠르게 그려낸 그림은 단순하고 세부 균형도 맞지 않지만, 실제로 꽃을 보는 순간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을 전달한다.

그의 꽃 그림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생존 거장의 작품인 데다 주제가 무난하고 어디에 걸어도 세련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한국 컬렉터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2018년 롯데뮤지엄 전시와 이듬해 대구미술관에서 연 대규모 전시를 통해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고, 지금은 웬만한 ‘큰손’들의 소장품 목록에 원화든, 판화든 하나씩 들어 있다. 카츠 스스로 “한국 컬렉터들이 내 꽃 그림에 대해 열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한국에 카츠의 꽃 그림이 너무 많이 풀려 있다”고 얘기한다. 투자 측면에서만 접근하면 단기적으로는 손해를 볼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전시는 10월 21일까지 열린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