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후진적 지배구조를 갖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대주주에 60%까지 부과되는 과도한 상속·증여세에 있습니다. 상속세 최고 세율을 자본이득세 최고 세율인 25% 수준으로 낮춰야 합니다.”(강성부 KCGI 대표)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율과 배당소득세율을 유지하고 있어 대주주가 사익을 추구할 동기가 큽니다.”(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
한국형 주주행동주의를 이끌고 있는 주역들이 12일 ‘코리아 인베스트먼트 위크(KIW) 2023’ 행사에서 “국내 주식시장 저평가의 원인은 낙후된 지배구조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상속·승계에 대한 과도한 세율을 현실화하면서 주주친화적 지배구조 개선을 끌어내는 타협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강성부 대표는 “기업 오너들이 자녀 개인회사를 세워 일감을 몰아주고 그 회사를 매각해 현금을 마련하면 25%의 자본이득세만 물면 돼 최대 60%의 상속세를 내는 것보다 35%포인트 유리하다”며 “주가가 오르면 상속세를 많이 내야 하다 보니 이를 억제하고 좋은 사업은 자식들에게 일감 몰아주기로 넘겨주는 게 대주주 입장에선 합리적이고, 이는 한국 기업의 주가 저평가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이창환 대표도 “상속세율과 배당소득세율이 세계 최고 수준인 데 더해, 세금 책정을 위한 공정가치평가를 시가 기준으로 하는 게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이라며 “대주주 입장에선 회사의 주가 등 시가를 낮출 유인이 크고 50%에 달하는 배당소득세율도 부담이다 보니 주가 부양과 배당 확대 등 주주친화 정책을 펼 인센티브가 없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선 각 운용사의 주주행동주의 대표 성과도 참석자들에게 공유됐다. 강 대표는 “주주행동주의 활동으로 대한항공 경영진이 보잉으로부터 새 항공기 30대를 도입하려는 계획을 철회시켰고 6개월 뒤 코로나19 사태를 맞았다”며 “부채비율이 1000%를 훌쩍 넘던 대한항공에 항공기 구매로 12조원의 부채가 더 얹어졌다면 회사 전체가 흔들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종현 차파트너스 대표도 “맥쿼리인프라 지분을 겨우 3.6% 보유한 맥쿼리가 핵심 자산 현금 32%를 보수로 가져가는 구조를 2018년부터 지적해 이듬해 수수료 인하를 끌어냈다”고 설명했다.
차준호/하지은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