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확률을 높이는 정자 윤활제, 1등 배아를 가려내는 인공지능(AI) 솔루션.’
난임 시장에 뛰어든 국내 스타트업들이 개발한 제품이다. 최근 결혼·임신이 늦어지고 난임 치료에 대한 정부 지원이 확대되면서 투자업계가 ‘난임 스타트업’에 주목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난임 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업체 간 시장·기술 선점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12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최근 진행된 ‘컴업 스타즈’ 선발 과정에서 가장 많은 투자사의 선택을 받은 기업 중 한 곳은 난자 스타트업 삼신이었다. 심사를 진행한 투자사 중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DHP), 빅뱅엔젤스, 퓨처플레이가 1차 선발된 스타트업 100곳 가운데 삼신을 최상위에 뽑았다. 컴업은 오는 11월 열리는 국내 최대 스타트업 행사로, 컴업 스타즈에는 혁신성과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받은 스타트업들이 올라간다.
삼신은 난자를 냉동하기 전 난자 건강을 확인할 수 있는 난소 나이(항뮬러리안 호르몬·AMH) 자가검사키트를 개발했다. 컴업 관계자는 “삼신을 최상위로 뽑은 투자사가 세 곳, 후순위까지 고려하면 더 많은 투자사가 삼신을 멘토링하겠다고 손을 들었다”고 했다. 정자 스타트업 그리니쉬도 이번 선발 과정에서 관심을 받았다. 그리니쉬는 정자의 운동성, 생존율, 수정 능력을 높이는 정자 보조 윤활제를 개발했다.
투자사들이 이들 스타트업에 주목하는 이유는 세계적으로 난임 시장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난임 치료 시장 규모는 58억달러(약 7조7000억원), 중국은 260억위안(약 4조7000억원)에 달한다. 국내에선 불임(난임) 시술 건수가 2019년 약 13만 건에서 2022년 약 17만 건으로 늘었다. 그럼에도 난임 치료는 높은 비용과 낮은 성공률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직 많다. 난임 시술은 1회 기준 한국에선 200만원 이상, 미국은 2만달러(약 2500만원)가 드는데 성공률은 30%밖에 되지 않는다.
글로벌 기업들은 난임 스타트업 투자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의 투자 자회사인 삼성넥스트는 최근 미국의 불임 솔루션 스타트업 우바에 투자했다. 구글은 임신 전 여성들을 지원하는 플랫폼인 솔라에 돈을 넣었다. 한국 스타트업이 높은 기술력으로 글로벌 난임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난임 스타트업 카이헬스는 아시아 최초로 AI 기반 배아 분석 솔루션의 유럽 의료 기기 인증 획득에 성공했다.
정부가 난임 관련 기술에 적용된 규제를 더 적극적으로 풀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삼신이 개발한 난소 나이 자가검사키트는 의사 처방전이 필요하다는 규제 때문에 시중에 판매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월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를 신청했지만 아직 승인 여부 결정이 나오지 않았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