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가 다시 활황세다. ‘잃어버린 10년’을 거의 다 회복해간다. 반면 한국 경제는 다시 주춤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만 하더라도 일본 사회 및 경제시스템은 더 이상 선진 사회와 경제시스템으로서 대우받기 힘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낙후된 모습이었다. 착시현상이었을까. 아니면 우리가 너무 오만한 탓이었을까.
최근 우리 정부와 일본 정부가 부쩍 가까워지고 있다. 한국과 일본이 마주하고 있는 민감한 현안도 산적했다. 이런 현안에 양국이 접근하는 방식은 큰 차이가 있다. 우선 너무 닮은 게 오히려 역작용을 일으킨다. 일본인과 한국인은 아시안 중에서도 피부색과 신체적 조건, 어순(語順) 등 닮은 점이 매우 많다. 상호 익숙한 것이 많기 때문에 약간의 교류 시간으로도 ‘우리와 같은 생각이려니’ 하고 다른 나라와의 협상에서보다 쉽게 긴장을 놔 버리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협상 카드를 통 크게 보여주는 경향도 있다. 큰 오산이다. 일본 조직의 주된 의사결정 방식 중 ‘네마와시’라는 말이 있다. 자신의 입장과 권한 범위 내에서 내릴 수 없는 결정이라면 항상 차후에 검토하거나 결정을 미루도록 하며 주요 의사결정자와 사전에 협의한 후 입장을 정리하는 것이 철칙이다. 기업 대표도, 정부 관료와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사전에 주변 관계자들과 의견을 조율한 뒤 결론을 내린다. 우리가 소위 생각하는 과감한, 통 큰 의사결정은 절대 취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반도체 등 최첨단산업에서 일본 기업들의 대응이 늦어진 측면도 있다.
둘째, 일본은 네트워크 중시 사회다. 인간 능력과 역량을 공개경쟁시험이라는 도구로 정확히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사실 그렇게 공정하지도 않다. 그러나 누군가에 의해 추천되고 좋은 평가를 받은 사람은 평가자에 의해 역량과 능력을 검증받게 된다. 그런 인재는 그를 추천·평가해준 사람을 위해서라도 조직 생활과 역량 발휘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인적 네트워크에 의한 다면평가 방식이다. 인재 활용에 유연한 사회시스템이다.
마지막으로 일본은 한때 세계 2위 경제대국에 오르는 등 자본주의 국가임은 명확하나, 사회시스템으로 본다면 사회주의에 가까운 나라라고 생각된다. 사회주의 가치에 기반한 고용 및 복지제도,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공존시스템 등이 정착된 사회다. 기업문화도 대동소이하다. 패밀리 그룹이라는 용어도 일본 기업에서 나온 말이다. 일본 정당정치에는 공산당이 확고한 의석수를 확보하고 있고, 사회주의 가치를 표방하는 정당도 다수 존립한다. 정책은 입법화로 정당성을 확보하는 만큼 이런 사회주의 정당들의 존립에 의해 자본주의 시스템과 사회주의 가치에 기초한 정책이 일본 사회 저변에 다수 자리 잡고 있다고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