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성시 서안성 변전소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반도체단지)를 잇는 345kV(킬로볼트) 송전선로 준공식이 어제 있었다. 경기 용인·안성·평택 등 3개 시, 9개 읍·면·동을 지나는 23.5㎞의 송전선 완공으로 삼성 평택 반도체 단지 내 전력 공급에 다소 숨통이 트이게 됐다.
이번 송전선로 건설은 계획 수립부터 완공까지 10년이 걸렸다. 2013년 사업 계획을 수립했으나, 안성 주민들의 반발로 5년간이나 정체됐다. 그동안 삼성 반도체 단지에는 빡빡한 송전용량 탓에 송전선 사고 리스크가 상존했다.
경기 남부 지역에는 내년 말까지 두 개의 송·변전 설비가 추가로 완공될 예정이다. 500kV 북당진~고덕 HVDC(초고압 직류송전) 2단계 사업은 올 연말, 345kV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는 내년 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어느 곳 하나 제때 진행되는 곳이 없다. HVDC 2단계 사업은 당진시와의 갈등으로 계획보다 7년이나 늦어지는 것이며,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는 각종 민원과 송사 탓에 계획 수립 22년째인 내년 말 준공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2008년 밀양 송전탑 반대 시위 이후 송전선로 건설을 계획대로 진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졌다. 지방자치단체, 지역 주민 등 이해관계자에 정치권과 환경단체까지 개입해 사면초가의 난관에 부딪히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향후 가장 우려되는 곳은 300조원을 투입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삼성전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다.
2030년부터 순차적으로 가동에 들어가 총 5개 생산라인이 모두 돌아가는 2042년엔 7GW(기가와트), 인근 SK하이닉스 단지까지 감안하면 2050년엔 10GW의 전력 수요가 예상된다. 막대한 전력 생산과 더불어 공급망 확보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성공의 1차 관건이다. 대만은 가뭄 때 농민을 설득해 한 해 농사를 포기하면서까지 TSMC에 용수를 공급했다. 해저 송전선로가 되든, 지역 상생 모델로 해결하든 전력난으로 반도체산업이 영향을 받는 일은 상상할 수 없다. 200조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한국전력에 수십조원이 드는 송전설비 투자 여력을 기대하긴 힘들다. K반도체의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전기요금 현실화는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