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에 팔린 강남 아파트…집들이 직접 가봤더니 '깜짝'

입력 2023-09-13 08:48
수정 2023-09-13 09:05

펜트하우스가 100억원에 거래되면서 화제가 됐던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2990가구) 입주가 시작됐다. 입주가 시작되면서 전세 물건이 많이 나와있는 상황이지만 가격은 오히려 오름세다. 전용면적 84㎡ 기준 12억원이었던 전셋값은 8억원 가까이 올라 20억원에 가까워졌다. 입주장에 전셋값이 약세를 보이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1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84㎡는 지난 6일 19억9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새롭게 맺었다. 이 면적대는 지난 6월 12억원에 거래가 맺어졌는데 불과 3개월 만에 7억9000만원 뛰었다.

다른 전용 84㎡는 지난 4일 15억원에 새로운 세입자를 들였다. 이 면적대 역시 지난 6월 12억9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지만 약 3개월 만에 2억1000만원 상승했다. 또 다른 전용 84㎡ 역시 지난달 14억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5~6월만 해도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84㎡ 전셋값은 12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입주를 앞두고 전세 물건이 쏟아진 데다 래미안 원베일리 입주를 위해 인근 '아크로리버파크'에 살던 집주인들이 전세 물건을 내놓으면서 물량이 한꺼번에 나온 탓이다.


반포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입주를 시작하기 전 상황과는 크게 달라졌다"면서 "통상 입주장에 들어서면 전셋값이 요동치는 게 정상인데 래미안 원베일리 전셋값은 큰 영향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인근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이미 전셋값이 오르고 있는 상황이라 내려갈 일은 없을 것 같다"며 "조만간 20억원도 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입대를 위해 내놓은 물건은 2200여가구에 달한다. 전체가 2990가구인 점을 감안하면 70% 이상이 전·월세로 나와있는 셈이다. 원베일리의 전세 매물은 1300여개, 월세 매물은 970개에 달한다.

반면 매매를 위한 물건은 270건 정도에 불과하다. 그렇다보니 매매 가격은 오름세다. 네이버 부동산과 인근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전용 84㎡ 매물은 36억~45억원에 나와 있다. 이 단지 전용 84㎡ 입주권은 지난 7월 45억9000만원까지 거래되기도 했다. 지난달엔 37억원에 입주권이 팔렸다.

앞서 지난 1월 이 단지 전용 200㎡ 펜트하우스 입주권은 100억원에 손바뀜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단지는 2021년 일반 분양가 책정 당시 사상 최고 금액(3.3㎡당 약 5600만원)을 기록했는데, 현재는 3.3㎡당 1억원을 넘어간다.

반포동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래미안 원베일리가 입주를 시작했으니 반포동 대장 자리는 이 단지로 넘어오지 않겠느냐"면서 "기존 대장 아파트였던 아크로리버파크는 2016년에 입주해 벌써 입주 8년 차가 됐으니 비교하긴 어렵다"고 귀띔했다.


한편 래미안 원베일리는 지난달 31일부터 본격적으로 입주를 시작했다. 입주 기간은 오는 11월까지로 아직 두 달가량의 시간이 남았다. 다만 초고가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입주 초기 크고 작은 하자가 쏟아졌다.

입주민들에 따르면 오염, 흠집 등까지 하자로 보는 입주자는 사전점검 당시 많게는 100여개의 하자를 잡아내는 경우도 있었다. 창문 손잡이 미시공, 문을 부드럽게 닫히게 돕는 댐퍼 미시공, 오염, 마감 불량 등 입주자 입장에서 미흡하다고 느끼는 하자들이 쏟아졌다. 다만 누수, 결로, 파손 등 중대한 하자에 대한 얘기는 크게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래미안 원베일리에 사는 한 입주민은 "반포동 '대장 아파트'에 삼성물산이 지었다고 해서 기대감이 컸는데 중대한 하자는 아니더라도 하자가 꽤 많아 좀 아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입주자마다 하자라고 느끼는 정도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긴 어렵다"며 "입주자들이 접수한 하자는 관련 부서에서 순차적으로 처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