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5월, 김시경(22?조이트론) ‘FIFA 온라인 4(이하 피파온라인)’ 프로게이머를 소재로 한 영상들이 유튜브에 줄이어 올라왔다. 당시 진행 중인 대회 ‘2023 피파온라인4 eK리그 챔피언쉽’ 에서 좋은 흐름을 이어가며 한때 1위를 석권하자 그에게 관심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김시경 프로게이머는 평소 게임을 즐겨 했던 아버지를 따라 6살 때부터 비디오게임에 입문했다.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게임을 접할 수 있었던 그는 여러 게임 중에서도 플레이스테이션(SONY)의 ‘피파(FIFA) 시리즈‘에 유독 흥미를 느꼈다.
김 씨는 피파 시리즈의 온라인 버전인 ‘피파온라인’이 출시되자 다른 플레이어들과 경쟁하며 본격적으로 게임을 즐기게 됐다. 피파온라인 구 버전 당시 전체 유저들의 등급을 13개로 나눠 놓은 티어에서 김 씨는 최상위 등급인 ‘전설 A’등급에 등극했다.
게임에 소질을 보인 그의 게임 실력에 주변 친구들은 물론 타 학교 학생들까지 게임 대결에 줄을 설 정도였으니 말이다.
공부와 게임, 둘 다 놓지 않았던 대학생
그는 대학에 입학한 이후에도 게임을 놓지 않았다. 대학교 1학년이었던 2019년 피파온라인 유저 중 랭킹 100위 이내 해당하는 등급인 ‘슈퍼챔피언스’에 등극하면서 프로게이머의 길에 한 발짝 더 다가갔다.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게임과 함께 걸어 온 그는 삶에 있어 ‘피파’는 어떤 의미일까. 김시경 FIFA 온라인 4 프로게이머 직접 만났다.
“성적 좋을 때나 나쁠 때 모두 스스로를 컨트롤 할 수 있어야..."
김시경 프로게이머(FIFA 온라인 4)
프로게이머로 데뷔한 계기가 있나요.
“2020년에 랭킹 1위했을 때, 신보석(現 아시안게임 피파온라인 국가대표 감독) 선수로부터 선수 제의를 받았어요. 그러면서 학기가 한창이던 때 첫 출전한 대회인 eK리그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이라는 성적을 거뒀고, 이후 이 길로 가야겠다고 확실히 마음을 굳혀 휴학을 했습니다.”
학업을 멈추고 프로게이머를 하는 것에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던가요.
“부모님께선 어릴 적부터 제가 하고 싶은 건 해보라고 하는 편이세요. 첫 출전에서 좋은 성적을 받았다 보니 그 점도 좋게 작용했죠. 게임을 병행하면서도 성적이 괜찮았어요. 그런 점을 보고 믿어주셨던 것 같아요.”
프로게이머의 일과는 어떻게 되나요.
“하루 평균 8시간 정도 훈련을 합니다. 다른 팀 선수들과 평가전을 가지기도 하고, 경기 후에는 팀원들과 영상 분석을 하기도 해요. 경기가 열리는 금, 토, 일요일에는 아프리카TV(서울 강남구)스튜디오로 갑니다. 보통 6시간 정도하는데, 게임이 끝나고 녹초가 될 정도로 힘들어요.”
직업 특성상 게임이 일상일 것 같아요. 늘 게임과 함께하는 편인가요.
“프로게이머는 게임을 즐길 때도 있지만 아닐 때도 있어요. 연습을 위해 억지로 할 때면 굉장히 힘들죠. 처음엔 이런 직업이었구나 싶어 버티기 힘들었는데, 꾸준한 연습을 통해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되는 상상을 하며 참아왔죠. 지금은 제 삶의 일부분이 된 만큼 즐기면서 하고 있어요.”
게임만 하는 게이머의 시대는 갔다...‘올라운더(ALL-rounder)’가 되기 위해선 뚜렷한 캐릭터도 가져야
선수 수명도 궁금하네요. 프로게이머는 언제까지 할 수 있나요.
“피파 프로게이머의 장점인데요. 다른 게임에 비해 선수 수명 긴 편입니다. 0.1초에 차이에 불과한 반응속도로 승패가 갈라지는 다른 게임들과 달리 피파는 전략 싸움과 판단력이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나이나 순발력이 중요하지 않은 게임이라 프로게이머들에게 치명적인 ‘에이징 커브’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죠.(웃음)”
아직 업계 크기가 작은 것이 현실...월급 보장 못 받는 선수도 있어
수입은 어느 정도인가요.
“저는 월급을 받고, 대회에서 상금을 획득하면 팀원들과 분배합니다. 사실 ‘리그오브레전드’나 ‘오버워치’ 같은 큰 게임에 비해 피파온라인은 선수들의 월급이나 대회 상금의 규모가 크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회 일정이 없는 날에는 인터넷 방송을 하면서 시청자가 보내주는 후원금을 부수입원으로 삼는 선수들이 꽤 되죠. 월마다 편차가 크지만 일반적으로 월급의 반 정도가 후원금으로 들어옵니다.”
모든 선수가 월급제로 받나요.
“그렇진 않아요. 월급을 받는 것은 스폰서가 있는 팀의 이야기죠. 선수들을 후원해주는 기업이 없다면 고정적인 수입을 기대할 수 없어요. eK리그에 정식 등록이 된 선수들은 일정 수준의 지원금을 받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해서 선수들 중에는 투잡을 뛰는 선수들도 있어요.”
프로게이머만의 스트레스도 있을 것 같아요.
“당연하죠. 선수생활을 하다보면 성적이 안 나오는 시기가 있는데, 그때 후원 기업의 담당자를 만나게 되면 정말 부담되죠. 말 그대로 면목이 없습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프로게이머에 대한 관심은 매년 늘어나고 있어요. 꼭 갖춰야할 조건이 있다면 뭔가요.
“쉽게 말해 귀가 열려있어야 해요. 성적으로 먹고사는 직업이다 보니 본인의 실력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수용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경기 중 감정이 격해지는 상황 또는 성적이 좋을 때나 나쁠 때 스스로를 잘 통제할 수 있는 멘탈이 중요합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김재현 대학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