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조업 공급망은 핵심 원자재뿐 아니라 값싼 중국산 범용 제품에도 크게 의존하고 있다. 요소수처럼 원가 부담 때문에 국내 생산을 기피하는 이른바 ‘로테크(low-tech)’ 제품이다. 정부도 중국산 범용 제품 수입 중단에 따른 ‘생활필수품 대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1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1~7월 기준 전기밥솥(99.2%), 선풍기(95.6%), 보온용기(91.2%), 우산·양산(89.5%)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생활필수품은 중국산 수입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이들 제품의 특징은 인건비를 비롯한 비용 등의 문제로 국내에선 더 이상 대량 생산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국내 보온용기 제품 수출액은 수입액의 2.2%에 불과하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중국 의존도가 높은 소재와 부품은 대부분 원가 부담 때문에 국내에서 생산을 기피하는 것들”이라며 “중국산에 전적으로 의존하면서 중국이 공급망의 주도권을 쥐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산 범용제품 수입이 중단되면 공급망이 큰 타격을 받아 ‘생활필수품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2년 전인 2021년 10월 발생한 요소수도 고도의 제조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범용 제품이었다. 경제성이 낮아 국내 기업이 요소수를 잘 생산하지 않는 상황에서 중국산 공급이 끊기자 공급망 대란이 발생했다.
정부도 요소수 파동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핵심 원자재 등 300여 개 품목을 대상으로 수입 실적을 집중 모니터링하는 등 공급망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수많은 중국산 범용 제품까지 관리를 강화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범용 제품의 경우 KOTRA 무역관의 정기 보고나 현지 외신 보도 등을 통해 파악할 수밖에 없다”며 “중국발 공급망 대란이 일어난다면 핵심 원자재보다 범용 제품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업체들이 높은 중국 의존도에서 벗어나 베트남 태국 등 아시아 지역 내 대체 국가를 발굴해 공급망 거점 다변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기업으로선 기존에 최적화된 공급망 대신 다른 수입처를 발굴하는 데 대한 부담이 적지 않다. 단기간에 생산 기지를 옮기는 등 수입 다변화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