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 내부에서 통화정책과 관련해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과도한 금리 인상으로 경기 침체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져서다. 기준금리를 너무 적게 올리는 것보다 오히려 과하게 올려서라도 인플레이션을 잡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던 과거와 달라진 모습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Fed 관계자들 사이에 (기준)금리에 관한 입장이 변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까지 시장은 9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선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11월 FOMC에서 추가 인상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뒀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을 비롯한 Fed 관계자들이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있다는 명확한 증거가 나오기 전까진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메시지를 전해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Fed는 과거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다 중도 포기하면서 심각한 경제 위기를 초래한 경험이 있다. Fed는 1970년대 초반 1차 오일쇼크로 물가가 급등하자 기준금리를 최대 연 11% 선까지 올렸다. 이후 물가 상승이 둔화하자 곧바로 기준금리를 낮추기 시작했다. 하지만 2차 오일쇼크가 발생하면서 1979년 기준 물가상승률이 13%대까지 올랐다.
하지만 8월부터 상황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무리한 금리 인상으로 불필요한 경기 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특히 중국 경제가 둔화하는 가운데 미국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WSJ는 “Fed 다른 관계자들은 금리를 얼마나 더 올려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현재 수준을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전했다. 금리 동결을 더 지지한다는 의미다. 수전 콜린스 보스턴연방은행 총재는 최근 한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이 더 오래 지속될 위험과 지나치게 제한적인 통화정책으로 인한 경기 둔화 가능성을 잘 비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Fed 내 매파들은 여전히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연은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더 오래 상승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경제에 비용을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