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인도가 방위산업에서 전기차·정보기술(IT) 등 첨단산업 분야로 공급망 협력의 폭을 한층 넓히기로 했다. 2010년 발효된 한·인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개정을 위한 논의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10일 인도 뉴델리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 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양국은 방산 협력의 상징인 K-9 자주포(인도명 바지라) 2차 사업이 원활히 진행되도록 지속 협력하기로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17년 K-9 자주포 100문을 수출했다. 주요 구성품을 한국에서 만들고, 최종 조립은 인도산 부품을 포함해 현지에서 하는 방식이다. 올해 추가로 100문을 주문받았다. 인도의 자주 대공포 미사일체계 사업과 잠수함, 경전차 도입 관련 사업에도 한국 방산업체의 참여가 가시화되고 있다.
IT와 전기차, 수소 등 디지털·그린산업 분야로 공급망 협력 대상을 다변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인도는 글로벌 공급망 위기 이후 ‘메이크 인 인디아 2.0’을 기치로 부품·소재 수입 의존을 낮추고 자체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며 “연구개발(R&D), 생산, 마케팅, 인재 육성에 이르기까지 현지화 투자 전략을 심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양국은 정부 차원에서 장관급인 ‘한·인도 산업협력위원회’를 설치하고,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양국 경제단체 간 민간협력 네트워크도 신설하기로 했다.
CEPA는 ‘교역의 확대 균형’을 목표로 자유화 수준과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개선 협상에 나선다. CEPA 발효 이후 양국 교역액은 2.6배, 투자는 3.4배 증가했다. 하지만 인도 측 무역적자가 누적되면서 그동안 개선 협상에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양 정상은 인도의 최근 비관세장벽 강화 움직임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인도는 지난달 노트북과 태블릿 등 전자제품에 대한 수입제한 조치를 도입했다. 윤 대통령은 모디 총리에게 “교역의 자유로운 흐름을 저해하는 제도와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스마트시티와 디지털·그린프로젝트 등 인도의 인프라 개발사업에 대해서는 연내 40억달러에 달하는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기본 약정을 체결해 한국 기업의 참여를 늘릴 계획이다.
뉴델리=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