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를 피하려다 일가족 3명이 숨지고 다친 부산진구에 있는 A 아파트에 피난시설인 '경량 칸막이'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량 칸막이는 비상 대피할 때 발로 차는 등의 충격만으로도 파괴할 수 있어 옆집으로 대피할 수 있는 피난시설이다.
10일 부산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A 아파트는 고층 건물 화재 시 발코니를 피난구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주택법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 노후 아파트였다. 이 아파트는 1992년 2월 지어져 주택법상 경량 칸막이 등 피난시설 구비 규정이 신설된 1992년 7월보다 빨랐다.
통상 주택법 적용은 아파트 건축 협의 시점부터 적용된다. A 아파트 건축 협의는 주택법 관련 규정이 신설된 시기보다 훨씬 이른 1980년대라 경량 칸막이 설치 의무 대상이 아니었다. 경량 칸막이가 없는 7층 아파트 발코니에서 A씨 등 일가족 3명이 사실상 대피할 수 있는 수단은 없었던 셈이다.
전날 오후 A(45)씨, 아들(4), A씨 장모(57)는 불이 난 아파트에서 현관문으로 나가지 못해 발코니로 피신해 창틀에 매달렸다가 추락했다. A씨와 장모는 숨지고 아들만 생명을 건졌다.
한편 2014년 부산소방본부의 부산지역 3445개 아파트 단지의 피난시설 전수 결과를 보면 23.8%인 819단지(4935동)만이 경량 칸막이, 별도 대피 공간, 하향식 피난구 시설 등의 피난시설을 갖춘 것으로 파악됐다. 9년이 지난 현재도 상당수 노후 아파트는 화재 발생에 대비한 별다른 피난시설이 없는 상황에 놓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