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원 사과 먹을 바에는…" 요즘 잘 나가는 '뜻밖의 과일' [한경제의 신선한 경제]

입력 2023-09-08 15:17
수정 2023-09-08 15:36

추석 연휴가 3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사과와 배 가격이 작년보다 큰 폭으로 뛰며 샤인머스캣과 같은 ‘이색 과일’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났다. 전통적으로 차례상에 올리던 사과와 배는 작황 부진으로 가격이 비싸진 반면 샤인머스캣은 재배농가 증가로 시세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배추, 무 등 주요 채소류는 가격이 안정세를 유지중이다. 다만 추석이 가까워질수록 농산물 수요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어 향후 몇 주간 농산물 시세가 전반적으로 상승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추석 성수품 중 채소류 가격 안정8일 팜에어·한경 농산물가격지수(KAPI)를 산출하는 예측 시스템 테란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정한 20대 추석 성수품 중 농산물에 해당하는 배추, 무, 사과, 배, 양파, 마늘, 감자의 가격은 1년 전보다 가격이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전날 기준 국내산 배추는 도매시장에서 ㎏당 739원으로 전년 대비 57.2% 하락한 가격에 거래됐고 무 또한 60.7% 떨어진 ㎏당 487원의 가격을 형성했다. 마늘(-27.1%), 양파(-12.9%), 감자(0.2%) 등도 작년에 비해 저렴하거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중이다.



배추와 무의 경우 날이 선선해면서 주산지인 강원도 고랭지 지역 작황이 개선된 영향이 크다. 추석을 겨냥한 물량이 출하되며 시장 반입량이 늘어난 것이다. 한 식자재 유통업체 채소 담당 바이어는 “6~7월에 수확한 햇양파, 7~8월에 수확한 햇마늘 등도 저장 물량이 시장에 나오기 시작해 지금은 수요 대비 시장 공급이 많은 상태”라며 “명절이 다가올수록 농산물 수요는 늘어나기 때문에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차례상에 사과·배 올리면 2만원 넘겨성수품 중 과일류인 사과와 배는 사정이 다르다. 사과는 지난주보다 가격이 하락했지만 도매시장에서 여전히 작년 대비 44.8% 비싼 가격에 거래됐다. 평년보다 봄철 밤 기온이 낮아 꽃이 제대로 피지 못했고 여름에는 폭염과 폭우의 반복으로 탄저병이 돌았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차례상에 주로 올리는 홍로 사과 상(上)품은 소매시장에서 개당 2904원에 팔린다. 신고 배는 작년과 비슷해 상(上)품이 개당 2768원 수준이다. 차례상에 배 4개와 사과 4개를 쌓아 올리면 2만원을 넘기는 셈이다.

과일 가격이 부담으로 다가오자 대형마트에서는 대체품으로 샤인머스캣, 메론, 애플망고 등이 포함된 선물세트가 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작년과 올해에 걸쳐 샤인머스캣 재배농가가 대거 늘어나 시세가 하락한 덕분이다.

가락시장에서 샤인머스캣의 9월 평균 가격은 2020년 2만7127원에서 올해(9월 1~4일 평균) 1만9492원까지 지속 하락중이다. 전날 기준 중도매인 판매가격은 한 달 전 대비 27.5% 하락했다.



샤인머스캣이 뜻밖의 가격 인하 효과를 불러오자 대형마트는 전략적으로 샤인머스캣을 포함한 과일 세트를 선보였다. 매출도 크게 늘었다. 한 대형마트에서 추석 선물세트 예약 판매를 시작한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6일까지(추석 50일 전~23일 전) 선물세트 판매량을 집계한 결과 사과·배 세트는 매출이 20% 늘어난 반면 샤인머스캣을 포함한 혼합세트 매출은 6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가로 20만원 이상의 선물세트 수요는 정체됐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5만~20만원대의 선물세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0% 늘어난 반면 20만원 이상 선물세트의 매출은 보합세”라며 “물가 부담에 추석 선물에서도 알뜰소비 경향이 관찰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