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가래떡 탕후루, 탕후루 하이볼·오마카세, 탕후루 마카롱·빙수…
중국에서 온 길거리 간식 '탕후루'의 유행에 우후죽순 생겨난 '신메뉴'들이다. 최근에는 생각지도 못한 재료로 '이색 탕후루'를 내놓으며 눈길을 자극하는 가게들이 늘어나고 있다.
탕후루는 '식후탕(밥 먹고 탕후루)'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을 만큼 요즘 대세 디저트로 꼽힌다. 기존에는 딸기, 귤, 포도 등 과일을 꼬치에 꽂은 뒤 시럽처럼 끓인 설탕을 묻혀 판매했다면, 이젠 달콤하고 바삭한 식감은 그대로 가져간 채 각종 야채는 물론 떡까지 설탕 시럽을 입히고 있다. 마카롱과 같은 디저트나 하이볼과 같은 주류에 탕후루를 곁들이는 경우도 생겨났다.
이색 탕후루로 SNS에서 입소문이 난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탕후루 전문점 업주는 "기존에는 과일 탕후루만 판매했었다"면서도 "인기가 많아지면서 몇 가지 신메뉴 테스트를 해보게 됐고, 한국인들에게 거부감이 없는 떡을 넣어서 '인절미떡 탕후루'를 만들게 됐다. 떡 자체가 달지 않고 설탕 시럽과 조합이 잘 맞아서인지 손님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이 매장은 최근 '탕후루 오마카세'라는 신메뉴로도 주목받고 있다. 오마카세처럼 소량으로 여러 가지를 맛을 볼 수 있는 탕후루라는 의미다. 업주는 "기존 탕후루는 꼬치 1개당 하나의 맛만 볼 수 있다. 손님들이 매번 똑같은 종류의 탕후루만 접했는데, 한 번에 여러 가지 맛을 볼 수 있다며 좋아하더라"며 "앞으로도 여러 시도를 통해 손님들에게 다양한 맛을 제공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17일 자영업자들이 모인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는 '선을 넘어버린 탕후루'라는 제목의 게시물과 함께 '오이 탕후루'와 관련된 사진이 올라와 반응이 엇갈리기도 했다.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에서 '먹방(먹는 방송) 도전 메뉴'로 여겨지던 탕후루를 판매하는 곳들이 등장했다는 이유에서다.
인천 영종도에서 '탕후루 빙수'를 판매한다는 곳은 "오픈 시간에 맞춰가지 않으면 사람들이 붐비는 시간대 웨이팅이 2~3시간 소요된다"는 방문객들의 후기가 잇따른다. '탕후루 라떼', '약과 탕후루', '탕후루 하이볼' 등을 판매하기 시작한 카페와 술집도 일부 소비자들에게 "신선하다"는 호평받는 분위기다.
대구의 한 디저트 카페는 지난달 3일 과일 탕후루를 얹은 '탕후루 마카롱'을 출시한 지 하루 만에 오픈런이 생겼다고 전했다. 이 가게 업주는 공식 인스타그램에 "탕후루 인기가 너무 많아서 하루하루가 또 감사하다"면서도 "달다고 걱정하시는데 실제로 드셔보시면 딱 좋다고 하실 것"이라고 소개했다.
일각에서는 "모든 메뉴가 '탕후루화'되는 것 아니냐", "어떤 건 좀 과하다", "설탕 덩어리가 걱정된다" 등의 우려가 나온다. 이에 한 이색 탕후루 전문점 사장은 "아무래도 많이 먹으면 건강에 해를 끼칠까 걱정도 되는데, 한두 개에서 적당량만 먹으면 기분도 좋고 당 충전도 된다"는 의견을 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요즘 탕후루의 겉면에 둘러싸인 설탕을 깨 먹는 맛이 좋다고 인식하는 소비자들이 많은 것 같다"며 "그래서 다른 변주 식품들도 등장하고 있지만, 설탕 자체는 많이 먹어서 좋은 음식은 아니다. 설탕에 계속 뭔가를 묻혀서 '탕후루화' 시키는 것이 유행하고, 지속되는 게 바람직한 현상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