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에코프로가 아니라 에코포로다"…개미들 '패닉'

입력 2023-09-08 08:08
수정 2023-09-08 09:32

'에코프로는 무적'이라는 투자자들의 믿음에 금이 가고 있다. 황제주(주당 가격 100만원 이상)에 안착한 듯 보였던 에코프로의 주가가 쭉쭉 빠지고 있어서다. 지난 5거래일 동안의 낙폭이 무려 20% 수준이다. 7월 말 150만원대 사상 최고가를 찍은 주가가 한 달 반 만에 장중 황제주 자리를 반납하는 처지가 되면서, 추세가 꺾였다는 신호로 보는 시각이 힘을 받고 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사상 5번째 황제주'라는 기록을 쓴 에코프로는 전날 4.19% 내린 100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간신히 황제주 자리는 지켜냈지만, 장중 한때 99만7000원까지 밀려나기도 했다. 에코프로 주가가 장중 100만원을 밑돈 것은 지난 7월 28일 이후 처음 이다. 이날 에코프로비엠(-3.99%)과 에코프로에이치엔(-3.59%)의 주가도 하락했다.

하루 만에 이들 세 회사의 시가총액 감소분을 합치면 2조4000억원에 달한다. 기간을 늘려 이달 들어서 증발한 금액을 살펴보면 10조원을 웃돈다. 기업별 9월 들어 증발한 시총 금액은 에코프로비엠(5조2064억원), 에코프로(4조9491억원), 에코프로에이치엔(1484억원) 순이다. 이달 들어 전일까지 5거래일 동안 세 기업의 주가는 매일 하락했다.

종목 토론실 등에는 개인 투자자들이 '이 정도면 에코프로가 아니라 에코포로다', '더이상은 못견디겠다, 17% 손실 보고 포기한다' 등의 의견을 남겼다. 반대로 '하락하면 오히려 추가매수할 수 있어서 좋다' 등 주가 하락을 매수 기회로 삼겠다는 얘기도 있다.

실제 시장에서는 수급에서 방향성을 잃은 투자자들이 급격히 빠져나가고 있다. 최근 한 달간 개인 투자자는 에코프로를 1조원 넘게 순매도했고 해당 물량 대부분을 외국인 투자자가 받아냈다. 반면 에코프로와 에코프로에이치엔에 대해선 개인들이 각각 2246억원, 351억원 사들이며 매수 우위를 보였다.


향후 에코프로 3사의 주가 향방은 어떨까. 연일 하락세를 타는 주가에 투자자들의 불안이 증폭되는 가운데 여의도 진단은 엇갈리고 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의 상황을 '비정상의 정상화'로 표현했다. 정 연구원은 "국내 이차전지 업종 주가는 올해 초부터 양극재 업체들을 중심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다"면서도 "기존 중장기 생산능력 계획이나 실적 추정치 등을 감안해도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했다. 때문에 지금의 주가 하락세는 밸류에이션이 비정상에서 정상으로 가는 과정이라고 읽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산운용사 한 펀드매니저도 "에코프로 주가 상승에는 미국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된 것인데 최근 북미향 배터리 공급을 보면 뚜렷한 수치로 검증되진 못하고 있다"면서도 "잠재력은 확실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지금의 약세가 추세적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란 낙관론도 있다. 한 헤지펀드 운용사 대표는 "에코프로비엠도 빠지고 있긴 하지만 에코프로 약세는 에코프로비엠과의 괴리를 좁히는 과정의 일환이라 생각된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양극재 글로벌 선두 업체인 만큼 사업 역량이 증명된 데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상장 등 상승동력이 아직 남아있는 만큼 계속 빠진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이미 궤도에 오른 주식들은 급락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말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