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조롱하던 백인들도 줄섰다…미국서 '김밥 품절 대란'

입력 2023-09-07 07:59
수정 2023-09-07 08:10


한국의 김밥이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서 촉발된 입소문에 힘입어 미국 전역에서 가장 '핫'한 음식이 됐다.

7일(현지시간) NBC뉴스는 "지난달 미국 대형 마트 트레이더 조스에서 판매를 시작한 김밥은 전국적으로 매진됐다"며 "오는 11월 추가로 입고되기 전까진 품절 대란이 이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와 함께 김밥 구매를 위해 한인마트까지 미국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김밥의 인기에 틱톡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계 음식 콘텐츠 크리에이터 사라 안 (27)씨는 NBC와 인터뷰에서 "캘리포니아주 오렌지 카운티에 있는 백인들이 대다수인 학교에서 어머니가 점심으로 한식을 싸줬을 때 조롱당했던 걸 아직도 기억한다"며 "트레이더 조스에서 냉동 김밥이 나와 호기심이 일었고, 리뷰를 올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안씨의 김밥 리뷰 영상은 틱톡에서 110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영상 속 안씨는 냉동 김밥을 집에 가져와 어머니를 놀라게 하고, 전자레인지로 해동해 함께 먹었다. 두 사람은 "나쁘지 않다"고 평하는가 하면 "한국 식료품점에서 파는 것보다 낫다"고 말하기도 했다.

안씨는 "제가 틱톡에 올린 또 다른 영상은 어린 시절 김밥 때문에 왕따를 당했다는 내용이었다"며 "그런데 지금은 김밥이 트레이더 조스에서 판매되고, 품절됐다. 정말 말도 안 되는 변화"라고 놀라움을 전했다.

또한 "어릴 땐 K팝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도 따돌림을 당했는데, 이제 사람들이 한국 음악, 한국 음식, 한국 문화, 한국의 모성애 등 모든 것에 푹 빠져있다"며 "김밥의 인기는 이를 대표하는 것 중 하나일 뿐이라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김밥 열풍은 트레이더 조스 직원들도 놀라게 했다. 트레이더 조스 매장 매니저는 "K팝뿐 아니라 넷플릭스에서 K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면서 한국 문화에 대한 노출이 많아졌다"며 "저 역시 한국 드라마를 보며 떡볶이가 먹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마케팅 전문 회사 MGH가 2022년 틱톡 사용자의 식료품 쇼핑 습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9%가 틱톡을 통해 새로운 음식이나 스낵을 알게 됐다고 답했다. 이 중 27%는 틱톡 영상을 본 후 한 번도 시도한 적 없었던 음식이나 간식을 식료품점이나 편의점에서 구매했다고 밝혔다.

라이언 고프 MGH 소셜미디어 마케팅 이사는 "김밥 매진 사례는 문화적인 트렌드에 판매를 촉진하는 틱톡으로 완성된 폭풍"이라며 "(안씨의 영상은) 모든 판매 포인트를 충족시켰다. 진짜 (한국의 김밥처럼) 보이고, 맛도 딱 들어맞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가격도 3.99달러(한화 약 5300원)으로 저렴하다"며 "한국의 김밥보다 낫지는 않더라도 비슷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레이더조스의 김밥 품절에 H마트 등 한인마트로도 미국인들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아시아 식품 유통업체인 리 브라더스의 로빈 리 사장도 "트레이더 조스 김밥의 성공을 모두가 활용하는 게 좋다"며 미국에 냉동 김밥을 수입할 수 있는 더 많은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