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필리핀과 자유무역협정(FTA)에 공식 서명했다. 관세(세율 5%) 철폐에 힘입어 일본산 자동차가 절대적인 우위를 보이는 필리핀 시장에서 한국산 자동차의 경쟁력이 높아질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7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가 열리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과 알프레도 에스피노사 파스쿠알 필리핀 통상산업부 장관이 양국 간 FTA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한국이 맺은 22번째 FTA로, 지난해 6월 최종 타결선언 이후 법제화 작업 등을 거쳐 1년3개월 만에 공식 서명했다. 이로써 기존 한·아세안 FTA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한·필리핀 FTA를 합쳐 한국은 필리핀에 대해 전체 품목 중 94.8%의 관세를 철폐하게 된다. 필리핀은 한국에 대해 96.5%의 관세를 없애 높은 수준의 상호 간 개방을 하게 됐다.
한·필리핀 FTA의 주요 수혜 품목으로는 자동차와 관련 부품이 꼽힌다. 필리핀은 아세안 국가 중 자동차 수입 1위다. 지난해 일본 브랜드 점유율이 82.5%에 이를 정도로 일본산 자동차가 압도적 우위를 차지한다. 한국산 점유율은 2.5%에 불과하다.
이번 FTA 체결로 한국산 자동차의 관세는 발효 즉시 철폐된다. 성장 잠재력이 큰 친환경차(전기·하이브리드차)는 5년 내 관세를 없애기로 했다. 자동차 부품(관세율 3~30%) 또한 최대 5년 내에 관세가 사라져 필리핀 시장에서 한국산의 경쟁력이 대폭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가공식품(5~10%), 인삼 고추 고등어(각 5%), 배(7%) 등은 15년 내 관세를 철폐한다. 한류와 함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한국 주요 농·수산물의 필리핀 시장 수출 기반이 강화될 전망이다. 한국 측 민감 품목인 농·수·임산물은 대부분 이미 체결된 한·아세안 FTA와 RCEP 범위 내에서 개방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필리핀의 관심 품목인 바나나(30%)는 5년 내 관세를 철폐한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