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 엘앤에프 등 2차전지주 열풍이 8월 이후 한풀 꺾이자 시장에선 새로운 주도주 찾기 움직임이 분주하다. 2차전지주는 공급 과잉 리스크 재점화로 당분간 약세 흐름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제약·바이오, 중국소비재 등을 유력한 새 주도주 후보로 꼽고 있다. ○배터리 공급 과잉 리스크 재점화
7일 에코프로는 코스닥시장에서 4.19% 내린 100만6000원에 마감했다. 포스코퓨처엠(-5.82%), 에코프로비엠(-3.99%), 엘앤에프(-3.98%) 등 다른 2차전지 소재 관련주도 큰 폭으로 내렸다. LG에너지솔루션(-1.9%), 삼성SDI(-1.33%) 등 배터리셀 업체도 떨어졌다.
중국발 배터리 공급 과잉 우려가 재점화한 것이 투자심리를 악화시켰다는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해 중국 배터리 생산량은 1448GWh로, 수요량(636GWh)의 두 배가 넘을 전망이다.
외국계 증권사의 부정적 보고서도 영향을 미쳤다. 전날 골드만삭스는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해 ‘중립’ 의견을 제시했다. 미국 지역 인건비 상승으로 수익성이 줄어들 것이란 이유에서다. 에코프로비엠에 대해선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며 ‘매도’ 의견을 냈다.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약세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고평가 우려도 최근 배터리주에 부담을 주고 있다. 지난 8월 이후 에코프로비엠이 31% 급락한 것을 비롯해 엘앤에프(-23.2%), 포스코퓨처엠(-21.7%), 에코프로(-16.6%) 등도 줄곧 약세를 보이고 있다. ○유럽 바이오주 열풍 한국에도 불까증시에선 반도체가 2차전지를 밀어내고 시장 주도주로 떠오를 것이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오랜 주가 조정으로 반도체주의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아진 데다 인공지능(AI) 테마가 미국 증시를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기 때문에 국내 증시도 이를 반영할 것이란 얘기다.
이날 삼성자산운용이 프라이빗뱅커(PB) 1063명을 대상으로 한 ‘2차전지, 그다음 ETF 테마는?’이란 설문조사에선 ‘AI&반도체’가 335명(32%)의 선택을 받아 1위를 차지했다. 정성한 신한자산운용 알파운용센터장은 “지난 1일 삼성전자가 하루 만에 6.13% 급등하는 등 반도체로 수급이 쏠리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며 “재고 감소 등 호재가 나올 때마다 주가가 크게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바이오주를 유망주로 꼽는 전문가도 많다. 유럽 증시를 뒤흔들고 있는 비만·당뇨치료제 열풍이 한국에도 상륙할 것이란 전망이다. 덴마크 제약회사 노보노디스크는 ‘기적의 다이어트약’으로 알려진 ‘위고비’에 힘입어 최근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를 앞지르고 유럽증시 시가총액 1위에 올라섰다. 민수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세계적으로 많은 정부 보조금이 바이오기업으로 흘러들어갔는데 이제 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인의 한국행 단체 관광 재개와 관련된 중국 소비주에 관심을 두라는 조언도 나온다. 9월 말과 10월 초 중국 중추절(추석)·국경절 연휴가 길게 이어지는 만큼 화장품·의류·면세점 등의 수혜가 기대된다. 한국투자증권은 호텔신라, 현대백화점, 신세계를 추천주로 내세웠다.
최만수/박의명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