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이 닿는 한 인수합병(M&A)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KT의 체질을 개선하겠습니다.”
김영섭 KT 신임 대표는 7일 서울 명동 르메르디앙호텔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잘해온 통신기술(CT)에 정보기술(IT)을 강화해 최고의 정보통신기술(ICT) 역량을 보유한 기업을 만들고 싶다”며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M&A를 거론했다. KT의 디지털 서비스 사업을 글로벌 빅테크와 경쟁할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외부의 역량 수혈이 필수라고 본 것이다. ○“곱하기가 되는 M&A 할 것”이날 간담회는 김 대표가 지난달 30일 취임하고 연 첫 대외 행사다. 김 대표는 “내재화가 필요한 분야를 중심으로 새로 생겨나는 스타트업 등을 면밀히 살펴보고 M&A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M&A에 투입할 구체적인 금액이나 분야는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외형을 키우기 위한 M&A는 하지 않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김 대표는 “회사 덩치를 키우기 위해 인수를 많이 할 생각은 없다”며 “큰 회사보다는 좋은 회사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했다. 역량 있는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성장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속도 경쟁이 벌어지는 시점에서 승부를 보고 살아남으려면 외부와의 협력이 필요하다”며 “두 회사가 손잡아 나오는 결과물이 ‘더하기’가 아니라 ‘곱하기’가 되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했다. ○핵심 경영 가치는 ‘공제창해’인력 구조조정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올해 대대적인,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KT 내 훌륭한 인재를 적극 발굴하고 선발하며 성장하는 데 방점을 둘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가 38년간 몸담았던 LG그룹에서 인력을 영입할 계획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그는 “기존 인력이 우선이지만, KT가 해본 적 없고 속도가 더딘 분야라면 외부에서 훌륭한 인력을 찾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간담회 내내 ‘혁신’과 ‘변화’라는 키워드를 강조했다. 그는 “지금은 최고경영자(CEO) 공백 등으로 흔들렸던 KT가 자리를 잡고 위상을 회복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며 “질적 성장을 이루고 주가가 오르는 기업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핵심 경영 가치로는 ‘공제창해(共濟滄海)’를 제시했다. 함께 넓은 바다를 건너간다는 뜻이다. 다음달 공개할 초거대 인공지능(AI) ‘믿음’에 대한 기대도 당부했다. 그는 “믿음을 조금 더 기다려 달라”고 했다.
김 대표는 이날 간담회 전 열린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가 주최한 ‘모바일360 아시아태평양(M360 APAC) 콘퍼런스’에 기조연설자로 참석했다. 연설의 주제는 ‘통신사업자가 주도하는 디지털 패러다임 전환’이었다.
그는 “그동안 통신사업자들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통신서비스를 독점 제공해 이익을 얻는 데 안주했다”며 “그러는 사이 빅테크 기업은 메신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자율주행 등 혁신 서비스를 내놓으며 디지털 생태계의 주인이 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통신사들이 AI, 클라우드, 로봇 등 디지털 서비스 시장에서 빅테크와 대등한 역량을 축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