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만으로 잘 살 수 없다는 인식이 한국인들에게서 두드러진다는 글로벌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7일(현지시간)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의 정책연구소가 발표한 '일에 대한 세계의 생각' 보고서에 따르면 '열심히 일하면 결국 대체로 더 잘살게 된다'는 명제에 동의하는 한국인 응답자의 비율은 16%로 집계됐다. 이는 이 항목에서 설문조사 결과가 공개된 18개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다.
가장 많이 동의하는 나라는 이집트로 61%였다. 이어 중국(58%), 미국(55%), 필리핀·이란(각 54%), 인도네시아(53%) 등 순이었다. 하위권에는 캐나다(35%), 일본(29%), 독일(28%), 그리스(27%)가 있었으나, 한국보다 최소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같은 맥락에서 운이 뒷받침돼야 성공할 수 있다는 인식은 한국인들에게서 가장 많이 나타났다. '일과 행운이 성공에 똑같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동의하는 한국인 비율은 70%로 18개 대상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한국에 이어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일본(53%), 그리스(51%), 독일(50%) 등과 비교하면 20%포인트 가까이 높은 셈이다.
다만 '열심히 일한다고 성공이 뒤따르는 것은 대체로 아니고 성공은 운과 인맥의 문제인 경우가 더 많다'는 생각에 한국인 14%만 동의했다. 이는 브라질(27%), 나이지리아(26%), 독일(22%) 등 상위권보다 눈에 띄게 낮은 수준이다.
이번 설문 결과는 더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는 세계가치관조사(WVS)의 일부로 공개됐다. WVS는 세계인의 사회, 정치, 경제, 종교, 문화적 가치관을 파악하는 연구다. 지난 1981년 시작된 이후 각 사회를 분석하는 자료로 학계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