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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4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중국 경제의 성장동력인 투자·소비·수출이 모두 부진에 빠진 가운데 좀처럼 무역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다만 수출증가율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서 경기 반등에 대한 기대감도 조심씩 고개를 들고 있다. 수출 부진 늪에 빠진 中7일 중국 해관총서(관세청)에 따르면 8월 수출액은 2848억7000만 달러(약 380조원)를 기록해 전년 동월 대비 8.8% 줄어들었다. 8월 수출증감율은 시장 예상치(-9.8%) 보다는 높았지만, 지난 5월(-7.5%)부터 이어진 수출 감소세는 4개월간 계속됐다.
특히 공급망 재편에 힘을 쏟으면서 중국산 제품 수입 비중을 줄이고 있는 미국 수출이 올해(1~8월) 17.4%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상품 수입 가운데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7월까지 1년간 14.6%를 기록해 200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을 정도다.
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국으로의 중국 수출도 두자릿수 감소세를 기록했다. 특히 중국과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대만으로의 수출은 22.4%나 축소됐다. 반면 러시아로의 수출은 전년과 비교해 63.2% 증가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의 밀착이 무역수지로도 드러났다는 평가다. 중국이 공을 들이고 있는 아프리카로의 수출도 10.2% 늘었고, 중국의 최대 무역 파트너인 아세안 수출은 -3.6%를 기록해 상대적으로 감소 폭이 작았다는 평가다. 한국으로의 수출은 -7.8%를 기록했다.
중국 수출이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세계적 수요 위축과 중국 제조업 경기의 전반적 부진이 겹친 결과다. 게다가 미중 패권경쟁으로 공급망 재편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이 중국산 태양광 기술과 소재의 수입을 금지하면서 폴리실리콘 수출이 급감한 게 대표적이다. 투자·수출·소비 부진 삼중고중국의 8월 무역흑자 규모는 683억6000만달러로, 전월(806억달러)과 전망치(780억달러)를 모두 밑돌았다. 내수경기를 보여주는 중국의 8월 수입은 2165억1000만달러(약 289조원)로 전년 동기대비 7.3%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은 현재 청년 실업률이 20% 이상으로 치솟은 데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 영향으로 올해 대부분 지역으로부터의 수입이 감소한 가운데, 한국(-24.2%)과 대만(-20.9%)으로부터의 수입이 급감했다. 한국의 경우 반도체·디스플레이·휴대폰 등 핵심 품목의 수입이 줄어들고 있다.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해양 방류에 항의하며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금지한 일본도 수입이 16.7% 큰 폭으로 감소했다.
투자 부진도 심각한 수준이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대중 외국인직접투자(FDI)는 200억달러(약 25조원)에 그쳐 전년 동기(1000억달러)의 20% 수준에 머물렀다. 미국이 최근 인공지능(AI)·반도체·양자컴퓨팅 첨단산업에 자본 투자를 못하도록 금지한 것도 향후에 외국인 투자 감소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평가다. 미국의 대표적인 벤처캐피털인 세콰이아는 미국 정부의 대중국 투자 규제 이후 “미국의 벤처회사들이 중국에 투자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는 “과거처럼 무역과 투자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중국 경제는 자력으로 회복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중국 경기가 서서히 반등 조짐이 보인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수출 감소세가 두달 만에 한자릿수로 누그러졌고, 중국의 8월 공식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6∼7월보다는 소폭 상승하는 등 지표가 개선되고 있어서다. 유동성 공급을 비롯한 중국의 경기 부양책이 쏟아지면서 제조업 경기가 다소 호전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중국 전문가는 “9월 들어 중국 증시에서 외국인들이 매수세로 돌아섰고, 주택매매건수도 바닥을 찍고 거래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9월이 향후 중국 경기의 가늠자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베이징=이지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