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방만 민자사업 대수술…그린스마트스쿨 사업 전면 폐지

입력 2023-09-07 15:04
수정 2023-09-07 16:54

정부가 지방자치단체들이 민간 자본을 활용해 추진하는 BTL(임대형 민자사업) 대상으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역점 BTL로 추진했던 ‘그린 스마트 스쿨’ 국고보조사업은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노후 학교에 태양광·지열 등 친환경 에너지 설비를 설치하는 이 사업이 졸속으로 추진되면서 혈세를 낭비했다는 여당과 감사원의 지적에 따른 것이다.

7일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4년도 BTL 한도액안에 따르면 내년 BTL 한도액은 7826억원으로 책정됐다. 올해(2조5652억원)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BTL은 민간이 공공시설을 건설(Build)해 소유권을 정부에 이전(Transfer)하고, 민간은 정부로부터 받는 임대료(Lease)로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민간이 정부에 소유권을 넘긴 후 일정 기간 운영해 수익을 내는 BTO 방식과 구분된다.


정부가 책정하는 한도액은 발주 총량 한도액으로, BTL 시장 규모를 뜻한다. 민간이 임대료로 투자금을 추후 회수한다는 점에서 한도액은 사실상 정부가 지원하는 예산으로 볼 수 있다.

BTL 방식은 민간 수요를 기대하기 어려운 학교나 군부대 숙소, 하수처리시설 등을 짓는 데 주로 활용된다. 정부가 내년에 편성한 BTL 사업은 국립대 시설 및 군부대 숙소, 하수관로시설 등에 쓰일 예정이다. BTL 사업은 정부가 직접 발주하는 국가사업과 지자체가 발주하는 국고보조사업으로 나뉜다.

기재부에 따르면 내년도 국고보조사업 규모는 1297억원으로, 올해(1조4596억원)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노후 학교에 태양광·지열 등 친환경 에너지 설비를 설치하는 ‘그린 스마트 스쿨’ 사업을 폐지한 데 따른 것이다.

그린 스마트 스쿨 사업은 문재인 정부가 2025년까지 노후 학교 2835개소를 친환경 교사로 리모델링하기 위해 한국판 뉴딜 대표 과제로 내세웠던 사업이다. 전체 대상의 25%가량을 BTL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올해는 전국 41개 학교 대상으로 7578억원이 편성됐다. 사업 시행 첫 해인 2021년엔 1조919억원이 편성되기도 했다.

BTL 한도액은 2020년 이전까지는 5000억원 미만이었지만, 2021년부터 그린 스마트 스쿨 사업이 BTL에 포함되면서 2조원 이상으로 확대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내년부터 그린 스마트 스쿨 사업을 BTL 국고보조사업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하면서 한도액이 크게 줄었다”고 밝혔다. 다만 국고보조사업에서 제외될 뿐 지자체가 직접 추진하는 건 가능하다는 것이 기재부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재정으로 지원된 예산이 현장에서 제대로 집행되지 않고, 다른 부문 예산으로 전용되는 등 방만하게 운영됐다는 것이 감사원 설명이다.

실제로 감사원 감사에 따르면 그린 스마트 스쿨 사업 추진 첫 해인 2021년 배분된 예산 2300여억 중 집행된 예산은 4.4%인 100억여원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이듬해 계획된 사업비 1조1000억원이 모두 교부됐다.

기재부가 그린 스마트 스쿨 사업을 BTL에서 제외한 건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은 지난달 그린 스마트 스쿨 사업을 비롯한 뉴딜 사업 예산을 대거 감축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강경민 기자